가을이 다가오고 공기가 건조해져 화재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원룸은 구조적 특징과 원룸촌 주위 환경 탓에 화재에 취약하다. 이러한 원룸촌의 취약한 환경은 우리학교 이외의 대학교에도 존재한다. 이에 우리학교를 포함해 서울 동북권에 위치한 5개 대학교인 △광운대학교(이하 광 운대)△덕성여자대학교(이하 덕성여대)△삼육대학교(이하 삼육대)△서울여자 대학교(이하 서울여대) 학보사는 대학가 원룸촌의 화재 대비 시설의 실태를 알 아보기 위해 연합 취재를 진행했다. △원룸에 사는 대학생들△원룸의 화재 위험성△화재 예방을 위해 개선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자.
◆ 원룸에 사는 대학생들
이번 해 여름 집중호우로 서울에서만 반지하 거주 시민 4명이 침수 사고로 참변을 당했다. 반지하 외에도 고시원과 옥탑방 등에 거주 중인 주거 취약 계층은 이번 재난 상황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계속된 피해로 주거 취약 계층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지만 침수 피해만 조명받을 뿐 다른 사고 요인에 대해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거 취약 계층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사고 요인으론 화재가 꼽힌다. 이번 해 6월 소방청이 공개한 ‘2021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총 3만 6,267건의 화재로 인해 2,130명의 사상자와 약 1조 991 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발생한 화재 중 약 1만 건이 주거 시설에서 일어나며 전체 화재 건수 중에서 28%를 차지했다.
주거 취약 계층은 침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위험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한 환경에 살고 있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0 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30.9㎡으 로 전국 평균 1인당 주거 면적인 33.9㎡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청년층이 아닌 대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1인당 평균 면적은 더 줄어 든다. 청년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7.5%로 3.4%인 일반 가구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면적이 좁은 원룸이 화재에 취약한 이유론 원룸의 구조 문제가 꼽힌다. 대부분의 원룸은 협소한 공간 탓에 주방이 입구에 배치돼 있다. 발화점이 출입구에 있다 보니 화재 발생 시 불을 뚫고 대피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 한다. 가격이 저렴해 많은 대학생이 원룸에 거주 중이지만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화재 대비에 취약한 원룸촌은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넓게 형성돼 있으며 많은 대학생이 원룸에 거주 중이다. 이에 우리학교는 대학가 원룸촌의 화재 대비 시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동북권 대학교 △광운대△덕성여대△삼육대△서울여대와 함께 연합 취재를 진행했다.
◆ 원룸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화재 위험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3대 이상의 소방차가 동시에 출동한다. 그래서 충분한 도로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학가 원룸촌은 폭이 좁은 도로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소방방재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차의 전폭은 2.5m를 초과하지 않고 있다. 원룸촌 도로는 소방차의 원활한 도로 진입과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의 전폭을 고 려한 최소한의 도로 폭인 2.5m가 보장돼야 한다.
5개의 동북권 대학 중 학교 인근에 원룸촌이 비교적 크게 형성돼있는 △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광운대△덕성여대△서울여대 학보 사 기자들은 원룸촌 도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취재를 나섰다. 서울 여대의 원룸촌은 정문 인근과 남문 사이 주택가에 형성돼 있다. 서울여대 인근 원룸촌 도로 폭은 평균적으로 6m에서 8m 정도로 다른 지역의 원룸 촌과 비교했을 때 넓은 편이다. 그에 반해 우리학교 설캠 정문과 후문 근처 원룸촌을 돌아다니며 도로 폭을 측정해본 결과 정문 쪽 2개의 골목이 2.5m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 골목은 차가 여러 대 주차돼 있어 매우 혼잡했으며 차의 전폭을 제외한 도로 폭은 1.4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도로 자체는 2.5m 이상이지만 주차된 다수의 차량으로 인해 이동폭이 2.5m 이하인 골목 세 곳이 후문에서도 발견됐다. 2.7m였던 골목 은 빼곡히 들어선 차량으로 인해 60cm 정도의 공간만 남겨 사람만 간신 히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광운대 인근 원룸촌 골목 또한 총 네 곳의 폭이 2.5m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폭이 1.9m인 골목부터 실제 도로 는 3.8m이지만 주차된 차들로 인해 2.45m의 이동 거리만 확보되는 도로까 지 찾을 수 있었다. 덕성여대 원룸촌은 정문과 후문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 길에 주택이 밀집돼 있다. 덕성여대 인근 원룸촌 골목은 2.67m에서 2.91m 정도로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 폭이긴 하나 화재 발생 시 원활한 소화 활동을 진행하기엔 좁은 폭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원룸 건물엔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불법 주차된 차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좁은 폭의 도로는 소방차의 골목 진입을 더디게 만든다. 동대문구 소방서 출동 외근 부서는 “현장에 최대한 일찍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는 게 중요한데 오래된 원룸촌은 골목 진입부터 쉽지 않고 길 자체도 어려워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광열 우송전문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이하 고 교수)는 “발화 후 실내 전체가 화염으로 휩싸이는 시간은 5분 이내여서 빠른 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빠른 시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룸 내부에 △비상경보설비△소화기△자동화재탐지설비와 같은 소방 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은 것 또한 문제로 꼽힌다. 소방 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법)에 따르면 건축물의 △면적△수용인원△용도 에 따라 소방 시설의 설치 의무가 다르다. 비상경보설비의 경우 연면적* 400㎡ 이상인 건물의 경우에만 의무 설치 대상이 된다. 자동화재탐지설비 는 연면적이 1,000㎡ 이상이어야 설치될 수 있다. 소화기가 갖춰지지 않거나 이미 설치된 소방 시설을 고장난 상태로 방치한 경우엔 과태료나 벌금이 부과된다. 외대학보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우리학교 학생들의 자취 공간 소방 시설 실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자취하고 있는 곳에 소화기가 세대별로 1개씩 구비돼있나’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1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자취하고 있는 곳에 소화기가 층별로 1개씩 구비돼있나’란 질문엔 4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구비돼있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25%로 확인됐다. ‘소화기 외에 설치돼 있는 화재 대비 시설이 있나’ 란 질문엔 33%가 화재경보기가 설치돼있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67%의 학 생은 모른다고 답했다. 덕성여대 학보사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룸 주택 내 소화기가 비치돼있는 위치를 알고 있나’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4%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하는 소화기조차도 갖춰지지 않은 원룸에 거주 중이며 소방설비의 존재나 위치를 잘 알지 못하는 학생도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재를 대비할 환경과 시설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주거 시설 화재는 개인의 안전의식 부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전체 화재 41만 5,709건 중 발화요인으로 부주의가 20만 6,889건(49.8%)으로 가 장 높게 집계됐다. 이번 해 3월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가정에서 어댑터를 규격에 맞지 않게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화재재현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전력이 높은 기기를 문어발식 멀티탭에 꽂아 사용하면 온도가 140도까지 급격하게 상승해 화재의 위험 또한 높아졌다. 우리학교 설캠 인근에서 자취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멀티탭을 이중으로 결합해 사용한 적 있는지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여찬우(서양어·포르투갈어 21) 씨는 “원룸엔 콘센 트의 수가 부족해 멀티탭을 이중 연결해 사용하고 문어발식 콘센트도 사 용하고 있는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룸 내에서의 흡연 또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1년도 화재통계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부주의로 인한 화재 1만 6,875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5,235건으로 31%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결과 집 안에서 흡연한 경험이 있는 우리학교 학생도 25%로 다수 존재했다.
◆ 화재 예방을 위해 개선할 사항
건축물에 설치된 소방 시설은 화재 발생 시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소방법은 필요성에 맞게 여러 번 개정을 했기에 큰 부 족함이 없단 게 전문가의 여론이다. 그러나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 한 지속적인 확인 절차가 부족하단 점과 개정된 소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원룸이 문제가 된다. 소방법엔 ‘6개월에 1회 이상 소방안전 점검이 시행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반해 현재 자취를 하는 우리학교 학생 중 92% 가 자취를 시작한 이후 소방안전 점검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덕성여대 또한 학교 인근에서 자취 중이라고 답한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모두 소방안전 점검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교수는 “소화기의 압력계 지침이 적색이거나 소방 시설이 파손 됐을 때 건축주에게 요청해 항상 정상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며 소방안전 점검과 함께 개개인의 관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원룸과 같은 좁은 주거 공간에도 스프링클러가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단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법적으로 6층 이상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있다. 그러나 원룸 주택은 대부분 4층 이하이기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에 대해 사광균 삼육대 건축학과 교수는 “안 전을 위해 6층 이하의 건물에서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룸촌의 협소한 골목길 개선을 위해선 건물 간 충분한 거리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 건설에 제한을 두게 되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건축업체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사 교수는 건물 간 거리를 늘리는 것보다 건물을 더 높이 지을 수 있는 장려책을 제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있는 장려책을 제 공하면 건축업체의 손해를 방지하는 동시에 화재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원룸촌 골목길 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 공간을 확대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고 교수는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차원에서 공영주차장을 확대해 불법 주차 차량을 줄이고 소방차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 했다.
화재 예방을 위해선 원룸 주택의 소방 시설 보완 및 좁은 골목길 개선과 함께 거주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 교수는 “실내에선 흡연을 하는 등의 화기 취급을 최소화하고 문어발식 콘센트는 화재 발생의 우 려가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레인지 주변에 잘 타는 가연물을 두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땐 반드시 밸브를 폐쇄해 가스가 누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인의 노력을 강조했다. 날씨가 건조해 지고 기온이 내려가 화재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화재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가 원룸촌이 안전한 주거 시설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개개인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때다.
*연면적: 하나의 건축물 각 층의 바닥 면적의 합계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