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작가 ‘임레 케르 테스(Imre Kertesz)’(이하 케 르테스)는 1929년에 평범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4년 나치 독일 정권의 유대인 박해가 본격화되며 그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다. 이후 독일 부헨발트 수용소와 차이츠 수용소를 거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야 고향인 부 다페스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케르테스는 홀로코스트 (Holocaust) 이후 △공장 노동자△번역가△작가로 일하며 다수의 철학가와 작가의 작품을 독일어에서 헝가리어로 번역했다. 그는 1957년에 발표한 ‘운명’을 시작으로 △‘좌절’△‘태어나지 않은 아이 를 위한 기도’△‘청산’을 각각 △1988년△1990년△2005년에 연달아 내놓으며 작가 생활을 이어갔다. 이중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는 케르테스의 ‘운명 4부작’ 중 가장 자전적 성격이 짙은 작품으로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대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주인공인 ‘나’가 철학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아이를 키우고 있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작품은 주인공의 독백과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로 진행되는데 이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시작 장면에서 아이를 키우냔 질문에 완강하게 부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수용소로 끌려가 ‘살아감’이 아닌 ‘살아 견딤’의 삶을 보냈다. 유대인이란 이유만으로 폭력에 시달렸던 ‘나’는 자신의 아이를 이러한 삶 속에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아내는 아이를 갖길 원했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마음 또한 완고했다. 이에 둘은 오랜 갈등 끝에 이혼하게 된다.
1933년부터 시작된 홀로코스트는 나치 독일 정권이 유대인 600 만 명을 학살한 사건으로 1945년 나치 독일 정권이 △미국△소비 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영국으로 이뤄진 연합국에 패 배하며 막을 내린다. 홀로코스트가 끝난 후 생존자들은 새로운 삶 을 찾아갔지만 이후에도 계속된 반유대주의적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그들은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기억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했다. 케르테스는 수용소 에서의 기억에 계속 붙잡혀 있으면서도 다음 세대에게 자신이 겪었던 비인간성과 수많은 죽음을 물려줄 수 없단 의지를 놓지 않는다. 홀로코스트가 끝난 이후 그가 작가 활동에 몰두해 치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도 끔찍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단 의지였을 것이다. 책에 나온 구절처럼 삶을 훼손하는 자들 때문에 삶을 혐오하게 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인류의 비극이 개인의 삶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