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이하 한에공)이 발표한 에너지 다소비 대학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사이에 50% 이상 급증했다. 이번 해 한국 그린캠퍼스협의 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고등교육기관의 전력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히 2020년 대비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6.1%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학의 에너지 남용 방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의 에너지 사용실태△우리학교의 에너지 사용 현황△바람직한 에너지 사용을 위한 여러 노력을 알아보자
◆대학의 에너지 사용실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에너지 다소비국 10위다. OECD 평균보다 1.7배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 중이나 에너지 사용 효율 순 위는 36개국 중 33위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가 성장함에도 에너 지 소비를 점차 줄이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 그린캠퍼스협의회(KAGCI)와 에코시 안 기술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도별 최종에너지 부문별 소비 현황’ 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최종에너지 사용량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제조업 등의 산업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창 양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통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많 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되어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가 넘는 건축물을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소재 대학 중 43%인 27개 대학이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지정될 정도로 호 텔이나 백화점 등 타 업종 대비 에너지 소비가 큰 편에 속한다. 동일한 건 물 수를 기준으로 대학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46만tCO2eq**이고 호텔 은 34만tCO2eq로 다른 대규모 건축물에 비해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에공의 발표에 의하면 에너지 다소비 대학은 2008년 부터 2018년까지 10년 사이에 50% 이상 급증했다. 대학에서 사용된 에너 지원은 전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한에공이 발표한 ‘에너지 사용량 통계 및 에너지 사용량 신고업체’에 따르면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속 한 대학의 에너지원별 사용 비중은 △전기 66.6%△가스류 32.1%△석유 류 1.2% 순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대학 내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학 캠퍼스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방안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건물 에너지 효율화 기반 부실△대학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대한 대학 자체의 원천적 동기 부족△에너지사용량 측정 인프라 구축 부족이 에너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허점이 존재한단 지적도 나온다. 대학의 전기요금은 교육용으로 분류 돼 일반 건물에 공급되는 전력비보다 25%가량 저렴하고 누진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취 지와 별개로 현행 요금체계로 인해 정부가 대학의 전력 사용을 통제하기 어려워졌단 것이다.
◆우리학교의 에너지 사용 현황
우리학교 건설기획팀에 따르면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전기에너지 한 해 총 사용량은 7,731,341 kWh로 에너지 사용료로 환산 시 약 9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를 toe로 환산하면 1,700toe다. 에너지 다소비 대학으 로 분류되는 기준인 2,000toe와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그러나 난방 면적 기준으로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 328개 건물 평균 0.054toe/㎡ 보다 높은 0.07toe/㎡로 집계됐다. 또한 난방 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0.247tCO2eq로 에너지 총 사용량이 우리학교와 비슷한 삼육대학교가 0.093tCO2eq를 배출하는 것의 두 배에 이른다. 이종원 우리학교 건설기획팀 과장은 우리학교의 주된 에너지 사용처를 주로 학생들이 머무르는 △기숙사△도서관△행정사무실이 위치한 본관 △강의실 순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설캠에선 전체 전기에너지 사용량만 측정이 가능하고 각 건물별 사용량은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 개별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분석에 따른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건설기획팀은 건물 내 전력 사용량을 개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교내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스마트 전력 제어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라 밝혔으나 재정상의 문제로 작업이 지체되고 있음을 전했다.
한편 우리학교에선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이에 설캠은 2020년 스마트 도서관을 완공하며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구체화한 바 있다. 스마트 도서관 건축엔 에너지효율이 낮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공법을 사용해 냉·난방비 절감 및 단열 성능 개선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린 리모델링 공법이 적용됐 다. 스마트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옥상의 태양광 패널이다. 총 130kW 의 태양광 패널은 도서관 전체 조명 사용률의 142% 이상을 생산하고 있 다. 이는 우리학교 실시간 소비전력의 1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외에도 우리학교 건설기획팀은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 지침을 마련하며 에너지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감축을 주목 적으로 한 △개별 냉난방 시스템과 중앙난방 교차 사용△객실 관리 시스 템 및 재실 감지 센서 설치△조명기구 격등 점등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주목적으로 한 고효율 인버터***를 적용한 기계장비 사용 및 신축 건물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바람직한 에너지 사용을 위한 여러 노력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2050 온실가스 감축 추진계획’ 및 ‘서울비전 2030’ 의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를 검토해왔다. 건물 온 실가스 총량제는 서울시 소재 건물 약 59만 동을 용도에 따라 12개 유형 으로 분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표준배출량을 관리 및 설정하는 제도다. 시 소유 건물에만 제도를 시범 적용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해엔 연 면적 1,000㎡ 이상 에너지 다소비 건물 등 민간 건물과 대학까지 제도가 확대 적용될 방침이다. 또한 지난 10월 산통부는 대학을 대상으로 포함한 ‘공공기관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의 시행 계획 을 밝혔다. 해당 공고의 주요 시행내용은 공공기관 건물의 난방 설비 가동 시 실내 평균 난방 온도 제한과 주요 권역별 난방 제한 시간 설정 등이다.
미국에선 이미 많은 대학이 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재 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환 경보호청은 “2020년 기준 미국 내 127개 대학 중 30%인 42개의 대학이 재 생에너지를 통해 소비전력의 100%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 생에너지 한 해 전력 사용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30개 대학의 재생에너지 매해 사용량은 33억 kWh로 미국 내 28만 가구의 한 해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학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문제 대응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재원 분야 에서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단 의견도 존재한다. 정부 지원 외에도 대학이 자체적인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해 에너지 문제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대학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각 대학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toe :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써 원류 1톤의 발열량 1,000만 kal를 1toe로 정의한다
**tCO2eq :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단위. 다른 배출원을 이산화탄소 단위로 환산할 때 ‘eq’를 후미에 붙여 표현한다
***인버터 : 직류전력을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
한 비 기자 04hanb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