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절대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직업 중 하나가 ‘기자’였다. 중학교 시절 접한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묘사된 기자의 모습이 너무 고달파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바퀴벌레가 나오는 기자실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실제 기자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열악한 환경에 현실이 반영됐다고 언급돼 놀란 기억이 있다. 1학년 2학기로 복 학하던 시점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생각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을 생업으로 평생 해나가기엔 금전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내 미래에 대한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 날이 계속됐다.
어느 날 유독 답답함을 느껴 느닷없이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용산역 쪽으로 향했다. 동작대교를 건너 용산역에 도착한 순간 듣고 있던 잔잔한 노래와 바깥 풍경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버스에서 내리자 고층 건물들이 즐비했고 문득 이런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싶단 생각을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언론사들이 많이 있었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시청역 근처에도 수많은 언론사가 있단 사실을 떠올렸다. 이런 단순한 생각이 “기자가 돼 반드시 이런 멋진 도시에서 직장을 얻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결심에서 시작된 기자란 꿈은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이전에 열악한 환경 때문에 절대 되지 않겠다 결심했던 직업이 바로 기자였기 때문이다. 이 다짐 이후로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안들이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고 논의되는 등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이 언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을 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 내게 기자란 직업은 취재와 같은 외부 활동이 많아 잘 맞을 것이라 느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선 기자란 직업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학내언론부터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이번 해 1학기 외대학보 수습기자에 지원해 합격했다.
외대학보에선 △기획△사회△인물△학술 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작성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어떤 기사를 쓰는게 가장 흥미로운가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기획’ 기사라 답할 것이다. 외대학보의 기획 기사는 교내 사안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며 다양한 문제의식을 다룬다. 이를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교내 기관에 직접 입장을 묻는 과정을 거친다. 시의성 높고 균형감 있는 기사를 작성하며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외대학보에 들어온 후로 내 삶은 외대학보로 가득 차 있다. 매일 어떤 주제가 좋은 기삿거리가 될지 생각하고 학보가 발행되기 직전까지 혹시 기사에 오타나 잘못된 정보가 있지 않은지 수시로 확인한다. 이렇게 한 분야에 몰두할 수 있단 사실이 기쁘다. 학보의 발행과 동시에 내 자신이 발전하는 것도 느낄 수 있어 더욱 보람찬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기사를 마감하는 날엔 모두가 밤을 새며 한 호를 완성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내겐 그 시간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양질의 기사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학보 발행이란 하나의 목표를 위해 기사 작성에 몰두한다. 그 사이에서 오고 가는 따뜻한 대화가 학보사에서의 시간을 소중하게 만든다. 앞으로 남은 학보 발행 일정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