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강명의 소설집 ‘산 자들’에 수록된 단편소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엔 학교 내 급식 비리 사건에 대처하는 세 학생이 등장한다. 세영고등학교 소속 학생인 △‘기준’△‘제문’△‘주원’은 급식 비리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학교 측을 비판한 전단을 배포한 다. 최소 1억 8,000만 원어치의 식자재비를 빼돌린 비리였다. 이에 세 학생은 전단을 돌리며 학생들에게 이 사태를 알렸고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보도할 만큼 큰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로 부터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에 면학 분위기를 해친단 말을 듣기도 하고 교감실에 불려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학생들마저 그들을 피하 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돼 교장과 교감이 해임되고 학교 홈페이지엔 재단 이사장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오게 된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제문은 문득 토론 동아리에서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란 주제로 토론했던 일을 떠올린다. 새들에게 나는 일은 오히려 힘든 일일지도 모른단 의견과 당연한 일이라 재미가 없을 거란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제문은 다른 이들과 달리 오히려 새들은 날 때 기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는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자신이 그 힘을 놓칠 수도 있음을 깨닫고 몸에 달린 날개를 목적에 맞게 쓰기 때문이다. 그리곤 사과를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동자를 알아내는 데 집중했던 교감을 떠올리며 씁쓸함을 느낀다. 교감이라면 분명 상황을 더 좋게 만들 능력이 있음에도 그는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비리를 숨기기 바빴기 때 문이다.
비리는 비단 소설 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지난달 4일 인천시교육청의 교장 공 모제 면접시험에서 응시자가 요청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혐의 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직 초등학교 교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또 한 지난달 20일 컬링 국가대표 ‘팀킴’의 폭로로 지원금을 횡령했단 사실이 밝혀져 재판에 넘겨진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직무대 행의 비리 사건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소설 속 교감처럼 높은 지위에 있어 큰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권한을 악용한 것이다. 우리는 소설 속 자신의 지위를 긍정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교감과 같 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능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 이 돼야 한다. 이 능력이란 것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성 격△재능△지위 등 한 사람의 모든 특징이 전부 능력이 될 수 있다. 위로를 잘 해주는 성격이라면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위로를 해주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김예주 기자 05yej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