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마음껏 슬퍼하기 위해

등록일 2022년11월09일 18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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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열두 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엔 감정을 통제하는 중앙본 부가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다섯 가지 감정 △‘기쁨이’△‘까칠이’△‘버 럭이’△‘소심이’△‘슬픔이’는 라일리의 감정을 맡아 조절해 핵심 기억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만들어진 핵심 기억은 △가족△우정△ 정직 등 다양한 주제로 묶여 라일리의 인격을 형성하는 여러 섬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다섯 감정들은 그녀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낸다. 

아버지의 사업 이전으로 오랜 고향인 미네소타(Minnesota)를 떠나 게 된 라일리는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지 못하고 슬픔과 고립감을 느낀다. 감정 통제 본부의 대장인 기쁨이는 라일리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도록 슬픔이의 행동을 통제하는데 슬픔이가 숨을수록 오히려 라일리는 더 큰 혼란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한편 핵심기억을 보관하는 장기 기억 보관소로 가는 통로가 망가지는 사고로 기쁨이와 슬픔이는 감정 통제 본부 밖으로 이탈하게 되고 라일리가 갖고 있던 모든 인격과 감정은 마비돼 버린다. 기쁨이도 해결할 수 없는 라일리의 감정 불능 상태를 깨운 건 다름 아닌 슬픔이였다. 라일리가 느꼈던 슬픔이란 감정은 그저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자연스레 받아들여져야 하는 그녀의 본모습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슬픔이란 감정을 다른 감정들에 비해 유난히 꺼려왔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어느 것 하나 떼어놓고 구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에도 기쁨은 좋은 것이고 슬픔은 그렇지 못한 것이라 구분한 채 슬픔을 멀리해왔기에 우린 슬픔을 대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 기쁨과 슬픔은 서로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단 사실을 우린 너무나도 쉽게 망각한다. 

슬픔은 기쁨이란 감정의 단순한 이면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일부다. 슬픔을 포함해 마음속의 모든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남아 결국 ‘나’라는 존재의 구성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모든 감정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자신의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는 건 곧 나 의 내면과 가장 진솔하게 마주하는 방법과도 같다. 특히 다른 사람의 슬픔보다 자신의 슬픔에 너그럽지 못한 경우가 많은 우리는 더더욱 스스로의 슬픔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슬픔을 마주하는 건 익숙해지기 어렵다. 그렇지만 반복된 연습을 통해 이를 어 떤 식으로 견뎌내야 할지 배우며 우리들의 슬픔과 가까워져야 한다. 스스로의 슬픔에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한 비 기자 04hanb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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