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둑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는 한해원 바둑 기사를 만나다

등록일 2022년11월23일 11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해원(중국·중국어 01) 바둑기사(이하 한 기사)는 지난 1998년 한국기원 소속으로 프로에 입단 해 △제1기 여류명인전 본선△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대회 본선△제5기 여류국수전 본선 출전 등의 이력을 가진 바둑기사다. 한 기사는 지난 2005년 ‘KBS 바둑왕전’ 진행자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바둑 관련 활동 이외에도 △고부스캔들△여보세요△아침마당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바둑과 방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기사를 만나보자. 

 

Q1. 바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둑 학원과 태권도 학원을 고민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권유받아 시작했습니다. 학원에서 바둑을 배우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나 바둑계 내에서 초등학교 4학년은 바둑을 굉장히 늦게 시작한 편에 속했기에 프로기사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음엔 바둑을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준우승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으로 프로 입단에 도전하게 됐어요. 

 

Q2.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학교에 입학하기 전 중국 바둑기사인 ‘루이나이웨이(芮乃偉)’가 세계 여자 바둑계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바둑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 측면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중국어에 대한 호감이 생겼어요. 또한 바둑이 한자와 연관이 많은 것도 우리학교 중국 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 중 하나입니다. 예전 바둑 교재는 대부분 중국어 혹은 일본어로 쓰여 있어 한자를 읽을 줄 알아야 바둑을 원활히 공부할 수 있었죠. 다른 대학에도 중국어과가 존재했지만 외국어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 위해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했습니다. 

 

Q3. 대학 시절 경험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학과 활동인 중국원어연극회가 큰 도움이 됐어요.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더불어 발성이 좋아지기도 했어요. 이러한 점들은 제가 방송 생활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죠. 또 1학년 때 기 우회 활동도 했어요. 졸업한 이후에도 동아리방을 몇 번 방문했죠. 기우회에 있던 사람들은 이전에도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경우가 많았어요. 기우회에서 새롭게 알게 돼 현재까지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Q4. 바둑 대회와 같이 큰 대회를 앞뒀을 때 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프로 입단 직전엔 프로가 되기 위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프로가 되고 나선 경 기의 승패보다 바둑에 여유롭게 임하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제가 우리학교 중국어과를 다니며 배운 말이 있어요.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란 말인데 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단 의미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를 가지란 뜻이에요. 현재는 다른 바둑 기사들에게도 이 격언을 알려주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길 권하고 있어요. 

 

Q5. 바둑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요? 

제가 두는 수에 이어지는 상대의 수까지 예상하는 수 읽기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하고 절대적 인 수를 3수 이상 읽을 수 있으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죠. 프로기사들은 확실한 절대 수순 을 2~30수씩 보는 경우도 있어요. 수읽기는 일상생활에 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대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상할 수 있죠. 또 다른 매력으론 복기가 있습니다. 바둑에서 수를 두는 건 늘 이유가 존재합니다. 복기를 통해 대국을 할 때 읽지 못했던 수들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실수를 개선할 수 있어요. 이처럼 자신의 수를 복기하는 태도는 바둑에서의 실수 개선은 물론 인생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Q6. 2016년 이세돌 9단이 바둑 전용 인공 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의 대결에서 4대 1로 패배하며 전 세계 바둑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우리나라 바둑계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인공지능 때문에 바둑계가 침체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바둑과 인공지능이 상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많은 기사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은퇴에 가까운 나이가 되며 승부 에서 멀어지고 있었으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다시 바둑을 열심히 공부한 뒤 활동을 재개한 기사도 여러 명 있어 요. 또한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짝을 이뤄 대국을 진행하는 등 흥미로운 형태의 시합들도 많아졌죠. 인공지능도 계속 진화하면서 바둑계가 발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요. 

 

Q7. 지난 4일 최정 9단이 삼성화재배의 결승에 진출하며 여성 기사 최초의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진출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둑계에서 늘어나고 있는 여성 기사의 활약상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거엔 여성 바둑기사를 뽑는 기회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에 반해 요즘은 여성 바둑기사가 많이 늘어난 편이에요. 이에 여성 기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기전도 많이 늘었죠. 여성 기사들의 대국 기회가 늘다 보니 여성 바둑기사들의 실력도 전체적으로 향상됐어요. 여성 기사가 바둑계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도 많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 습니다. 최정 9단이 삼성화재배의 결승에 올라간 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최정 기사뿐만 아니라 김채영 기사와 오유진 기사 등 우리나라의 많은 여자 바둑 기사가 활약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8. 바둑계 활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방송을 통해 바둑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면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생각에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바둑을 통해 얻었던 깨달음을 방송에서 재밌게 표현하는 데에 집중 했죠. △고부스캔들△여보세요△아침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둑의 매력에 대해 알기 쉽게 표현하 고자 노력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에서 바둑에 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에요. 

 

Q9. 바둑업계 종사자로서 앞으로 기사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바둑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노력하고 바둑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누구나 바둑을 쉽 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엔 발달장애인을 위해 개최되는 ‘아름바둑’ 대 회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 바둑을 전파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틈틈이 바둑 용어를 영어로 공부하고 있 죠. 

Q10.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바둑의 장점에 대 해 홍보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바둑의 장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바둑은 실생활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앞서 소개했던 수읽 기와 복기 등 바둑을 두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잘 이용하 면 자신이 하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마음가짐이나 삶을 대하 는 태도에 대해서도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바둑을 둘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이란 격언이 있어요. 승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오히려 승리를 놓치게 된단 뜻입니다. 이와 같은 격언은 삶을 사는 데도 중요한 마음가짐이 될 수 있죠. 최근엔 인터넷에 다양한 바둑 강 좌가 잘 정리돼 있어 초심자도 바둑에 쉽게 입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학교 후배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져 보길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어요. 

 

 

정원준 기자 05wonjun@hufs.ac.kr 

정원준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