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동안 우리학교 ‘7+1 파견 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마르부르크 필리프 대학교 (Philipps-Universität Marburg)’(이하 필리프 대학교)에서 파견학생 생활을 했다. 난 파견학생 선발에 지원하기 전 까지 독일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선발 지원 당시 6학기에 재학 중이었기에 졸업 전 파견학생으로 해외를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다. 처음 필리프 대학교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히 어학성적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도착한 이 대학교에서는 △교환학생△국제학생을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인 ‘ESN(Erasmus Student Network)’ 행사△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학생 프로그램인 ‘프리무버(Freemover)’ 등 교류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에 독일 친구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큰 뜻 없이 지원해 도착하게 된 독일에서의 생활이 불투명했던 내 졸업 후의 진로를 한층 더 명확하게 만들어줬다.
평일에는 우리나라에서의 대학생활과 비슷하게 주로 △도서관△집△카페△학교△헬스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수업은 한 학기 동안 3개의 전공 수업과 2개의 어학당 수업을 수강했다. 전공 과목의 경우 개념 및 이론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문제풀이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돼 사실상 수업이 한 주에 두 번인 셈이었다. 필리프 대학교 파견학생에게 추천하는 수업은 세미나(Seminar) 강의다. 이 수업을 통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여러 국가의 학생들 을 보며 내 주장을 펼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주말에는 인근 도시나 국가로 여행을 다녔다.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와 프랑스 파리 (Paris) 등을 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 중심에 위치 한 독일의 지리적 장점 덕분이었다. 그 덕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주말을 이용해 이웃나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본 스위스의 풍경△베니스(Venice) 골목을 걸어 다닌 기억△베를린(Berlin)에서 보낸 주말△야간 기차를 타고 갔던 뮌헨(München)△처음 본 파리의 에펠탑 등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평일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업과 과제가 많아 바쁘다. 그렇기에 장기여행을 계획한다면 개강 전 시간을 활용 하는 것이 좋다. 난 지난 2월 말 독일에 입국했지만 막상 도착한 뒤 여러 서류를 처리하고 환경에 적응하느라 개강 전까지 여행을 다니지 못해 아쉬웠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학 생활 전 독일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먼저 익힌 후 유학을 통해 현지사람들과 해당 언어로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해 아쉽다.
난 독일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다. 주위 사람에게 이런 나의 계획을 말할 때마다 다들 어떤 점이 좋아서 독일을 선택했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난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는 문화△독일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방식△채식이 주가 되는 음식 문화 등을 이유로 답한다. 졸업 후 독일에서 일하는 내 모습이 기대되기에 지금도 독일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 학우들도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조신영(국제·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