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간결함이 지닌 힘 -

등록일 2022년12월07일 11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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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이하 카버)는 미국의 단편 소설가로 1938년 미국 오리건 주(Oregon)에 서 제재소 직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0세기 후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가이자 시인으로 미국 단편 소설계를 이끈 작가로 유명하다. 카버가 장편 소설을 집필하지 않고 단편 소설만을 고집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가난했던 생활 환경이 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작품 활동에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난으로 인해 한 작품당 2년에서 3년을 투자해야 하는 장편소설을 적는 것으로는 경제적 활동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카버는 “쓰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수레 한 대 만큼이나 쌓여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쓰기 위한 시간과 장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버는 오롯이 생계유지를 위해 글을 썼으며 그러한 불안했던 시절은 그가 글을 쓰는 영감의 원초이자 기반이 됐다. 카버의 대표 작품인 ‘대성당’은 1983년 출간 후 8주 만에 3쇄를 출판하며 17,000부가 판매됐고 현재까지 열두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삶의 근본적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단편 소설들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 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카버의 단편집 ‘누가 이 침대 를 쓰고 있었든’에는 1983년 출간된 ‘정열’에 수록된 단편 4편과 그가 사망한 해인 1988년 출간된 ‘내가 전화를 거는 곳’에 수록된 단 편 7편이 수록돼 있다. 총 11개의 단편 중 표제작인 ‘누가 이 침대 를 쓰고 있었든’은 주인공 ‘버드’와 그의 아내의 집에 걸려 온 전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문의 전화로 인해 새벽에 잠이 깬 부부 는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마치 꿈을 꾸듯 무작위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날 밤 또다시 걸려 오는 전화에 버드는 수신자에게 다시는 전화를 걸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아내는 전화선을 뽑아버리며 단호하게 대응한다. 언뜻 보면 특별한 내용이 없어 보이지만 카버는 이 단편 소설을 통해 인간의 두려움과 함께 순간의 불안과 불행에도 계속되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불안과 불행은 그의 다른 작품 속에서도 핵심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카버의 글을 읽을 때면 어두운 동굴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 독자 에게 특정한 상황을 던져준 뒤 감정적인 문체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작가.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보다 더 조용한 감동을 쥐어 준다.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간결한 문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감정을 줄 수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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