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에는 ‘외대학보 스타일’이라는 말이 있다. 기사를 쓸 때 글을 외대학보에 맞 는 스타일로 써야 한다는 의미다. 외대학보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나는 이 말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쉼표를 지양하고, 단어가 세 개 이상 나열될 때는 △로 묶고, ‘-라는’ 을 무조건 ‘-란’과 같은 축약형으로 줄이는 등... 글을 써나가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과 아주 닮았고, 그렇기에 각자의 삶이 다르듯 각자의 글쓰기가 다를 수밖에 없 다고 생각했던 나는 종종 외대학보의 기사가 단어 사용부터 글의 흐름까지 너무 틀 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외대학보에서 기자로 보낸 1년은 그런 문제의식과 내 글쓰기가 서로 충돌과 화해 를 거듭하며 겸손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문장을 쓰는 것이 늘 옳 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를 쓰면서 사소해 보이는 단어와 어투 하나가 글 의 의미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이로 인해 그 사실과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나 곤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게 읽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면서 도 자신만의 확실한 글쓰기 스타일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 는 일인지를 깨닫는 1년을 보냈다.
이번 학기에 편집장으로 지내면서 내가 늘 고민한 문제 중 한 가지는 ‘어떻게 하면 단어 사용부터 내용 구성까지 기사로서의 본질을 살리되,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할 수 있을까’였다. 이번 한 학기 동안 이를 위해 무던히 애를 썼으나, 내가 정말 잘 해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의 부족한 안목으로 인해 기자들 각자의 색깔을 멋대로 지워버리고 그들의 글을 상투적인 형식 속에 가둬버린 적이 많았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안과 심층적으로 생각해볼 문젯거리를 제공해주 고, 내용이 중립적이면서도 각자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사로 열두 면을 채우는 것. 내가 확실히 이룬 것인지 잘 알 수 없는 이 목표를 나보다 더 능력이 뛰어 난 104기 국부장단과 105기, 106기 기자들이 꼭 이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1년 6개월 동안 많은 사람에게 빚을 졌다. 언제나 학생 기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 려해주신 정은귀 주간 교수님, 학보가 단순히 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훌 륭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신 안흥섭 조판소 사장님, 기사 쓰기 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 101기와 102기 선배들,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했을 기사 편집 과정을 볼멘소리 없이 도와준 채은이와 하형이, 비록 1년 6개월을 함께 채우지 는 못했지만 타국에서 늘 외대학보를 응원하고 힘들 때 의지가 되어준 승연이, 부족 한 편집장을 믿고 따라준 104기와 105기까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지양해야 한다 고 한 학기 동안 그렇게 말해왔는데, 정작 이 좁은 지면 안에 나의 고마운 마음을 전 달할 방법이 이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 말고는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여전히 글을 써나가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과 아주 닮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앞으로 외대학보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나의 글 과 삶이 남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해나갈 생각이 다. 나뿐만 아니라 외대학보의 모두가 각자 치열 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민하다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 다른 삶의 모습에 놀라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