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 섬’은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한 원 인이 오로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 때문이라는 사 실을 밝히며 시작한다. 10만 년 주기로 반복되는 간빙기와 빙하기 사 이의 온도 차가 4도가량인 걸 고려하면 이는 매우 큰 수치다. 영화는 각각 산과 바다로 주제를 나눠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 의 실태를 보여준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숲과 구상나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라 산에 주로 분포된 구상나무는 멸종 위기종임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30%가 넘는 고사목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참사 현장을 고 스란히 전달한다. 영화 속 기후 변화로 인해 파괴된 생물체의 모습과 황폐해진 숲의 전경은 자연 파괴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다.
후반부에서는 바다와 톳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인한 해조류의 급격한 감소는 암반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갯녹음 현상을 유 발했다. 또한 높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관광객 진입 통제 기간이 증가 하고 있는 용머리 해안의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 변화가 제주도의 환 경에 이미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에 출연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 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이에 맞는 사회체계를 만들어 자 연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실질적 인 변화가 필요함을 촉구했다. 학계에서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이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그린란드 및 서남극 빙하 해빙△대서양 해류 순환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엘니뇨(El Niño) 등 강력하고 지속적인 자연 재해 발생의 주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고 있다.
우리는 현재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 하는 기후 변화 문제를 개별적인 문제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 변화를 단순히 국가나 지역 차원의 개별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면 앞 으로 계속될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에 범지구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기후 변화에 대응 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기까 지 자연과의 관계를 망가트린 것은 인간이기에 이를 책임지고 수습 하는 것 또한 인간의 의무이다. 선택과 그에 따른 결단을 내릴 수 있 는 건 오로지 인간의 몫이니 이제부터라도 자연과의 관계를 되돌려 놓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 안의 대륙이라는 거대한 섬에 살고 있다. 우리의 섬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차례다.
*티핑포인트 :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
한 비 기자 04hanb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