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흡연구역 문제, 소통의 필요성을 환기해야 할 때

등록일 2023년03월02일 17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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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학기가 시작되면 교내 흡연과 관련된 갈등이 발생한다. 이는 주로 우리학교의 흡연구역이 명확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흡연구역 문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교 측의 입장이 얽혀있는 복합적인 문제로 이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학교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흡 연구역을 둘러싼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자△소유 자△점유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고 이때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교 내의 모든 교사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7호에 따 라 금연구역이다. 그러나 이는 건물 내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외의 부지는 금역구역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학교 건물 내부만이 법적으로 공식적인 금연구역일 뿐 나머지 구역은 금연구역이나 흡연구역으로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은 ‘시설의 △관리자△소유자△점유자는 가급적 실외에 흡연실을 설치하되 부득이한 경우 건물 내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흡연실을 설치할 땐 흡연이 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표시하거나 표지판을 달아야 한다. 또한 실외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경우 자연 환기가 가능해야 하며 불가능한 경우엔 별도로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때 해당 흡연실을 덮을 수 있는 지붕이나 바람막이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법적인 의무성을 띠지 않는다. 이처럼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지정할 때 흡연구역 설치가 법 조항으로 명확하고 철저하게 정해져 있지 않기에 현재 우리학교 내 대부분의 흡연구역은 임의로 지정된 상태다. 

 

흡연구역에 대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학교 간의 논의가 오랜 시간 이뤄지지 않아 양측이 인지하는 흡연구역이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서울캠 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 ‘도약’(이하 설캠 총학)과 설캠 시설관리팀이 밝힌 교내 흡연구역 중 양측이 동일하게 언급한 공간은 △국제학사 우측 뒤 △사회과학관 좌측 정자 옆 나무 데크△인문관 우측 문 좌측 공간 총 3곳 뿐이었다. 설캠 총학은 설캠의 흡연구역을 △국제학사 우측 뒤△교수학습 개발원 옆문 정자△본관과 법학관 사이 공간△사이버관 2층 테라스△사 회과학관 좌측 정자 옆 나무 데크△인문과학관 우측 문 좌측 공간이라고 밝혔지만 설캠 시설관리팀이 밝힌 흡연구역은 △국제학사 우측 뒤△도서 관 우측 문 공간△사회과학관 우측△사회과학관 좌측 정자 옆 나무 데크 △인문과학관 식당 창고 앞△인문과학관 우측 문 좌측 공간으로 서로 인지한 구역이 달랐다. 심지어 학교 측에서 밝힌 일부 흡연구역은 약 10년 전에 지정된 구역으로 흡연자의 발길이 아예 끊긴 경우도 있었다.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흡연구역은 △공 학관 2개△기숙사 3개△교양관 2개△도서관 1개△백년관 3개△어문관 3 개△인문경상관 3개△자연과학관 4개△학생회관 2개△후생관 1개로 총 24개였다. 한편 글캠 시설관리팀은 △공학관 2개△국제사회교육원 2개△ 기숙사 3개△교양관 1개△도서관 1개△백년관 2개△소운동장 1개△어문관 1개△인문경상관 1개△왕산문화예술회관 1개△자연과학관 1개△창업 교육센터 1개△학생회관 1개△후생관 1개로 총 19개의 구역을 흡연구역 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 구역들은 모두 지난 2019년에 지정된 흡연구역 이었으며 글캠도 설캠과 마찬가지로 흡연구역의 개수와 위치 인식에 있어서 총학과 학교 측의 차이가 존재했다. 

 

◆흡연구역을 둘러싼 문제점 

설캠의 경우 △국제학사 우측 뒤△사회과학관 좌측 정자 옆 나무 데크△인 문관 우측 문 좌측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흡연구역 경계를 알리는 표시나 표지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흡연구역 안내 스티커가 벗겨지고 더럽혀져 인식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사회과학 관 좌측 나무 데크는 도서관 출입구와 10m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11호에 따라 합법적인 흡연구역으로 지정될 수 없었다. 

 

또한 설캠 흡연구역들은 대부분 통행이 잦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간접흡연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과학관 좌측 정자 옆 나무 데크와 인문과학관 우측 문 좌측 공간은 흡연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개방돼있는 탓에 근처 건물을 출입하는 학생들은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종국 (사회·정외 21) 씨는 “쉬는 시간이 되면 흡연구역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며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우려되고 미관상에도 좋지 않다”고 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흡연 부스는 통행이 잦은 위치에도 설치가 가능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되지만 이마저도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캠 시설관리팀은 “설캠의 공간이 매우 협소해 흡연 부스는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캠 총학 또한 “흡연 부스가 필요하 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나 다른 대학교의 선례와 우리학교의 부지 협소 문제 등으로 인해 흡연 부스 설치 요구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글캠의 경우 설캠에 비해 부지가 넓어 간접흡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글캠 또한 설캠과 마찬가지로 흡연구역의 경계가 대부분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고 흡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글캠은 학생들이 많이 이동하는 위치에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일반 흡연 부스 4곳과 스마트 흡연 부스 3곳 을 설치해 운용 중이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했다. 오태경(융인19) 글캠 비 상대책위원장은 “흡연 부스에 사람이 밀집될 경우 부스 밖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이 생겨 부스 주변을 지나는 비흡연자가 의도치 않게 간접흡연을 겪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흡연 부스 내의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흡연 부스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 고려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 등 다른 대학교에서도 흡연 부스를 운용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교사시설 이외의 공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금연구역이라고 지정할 수 없어 학교가 자체적으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획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학교 내의 대부분의 흡연구역은 임의적으로 흡연하는 암묵적인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학과 학교 측이 공식적인 흡연구역 지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흡연구역 지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떠오르고 있다. 현성민(서양어·포르투갈어 21) 씨는 “매해 흡연구역 문제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만큼 양 캠퍼스 총학과 학교 측이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배귀주(상경·국통 20) 설캠 총학생회장은 “모든 학내 구성원과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며 “현 구성원들의 흡연구역에 대한 인식조사를 거친 후 학교 당국과의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설캠과 글캠의 흡연구역은 최소 5년 전에 논의된 흡연구역인 만큼 총학과 학교 측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설캠 시설관리팀은 “학생자치기구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요청 하는 바를 행정 부서에 제안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학생자치 기구가 학교 행정부서에 의견을 제시한다면 학교는 이에 대해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흡연구역의 설치 위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주목받는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장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면 간접흡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흡연구역의 설치 위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적절한 위치에 개방된 흡연구역을 지정하는 게 어려운 설캠 의 경우 ‘2022 보건복지부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 지침’에 따라 흡연구역에 지붕이나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명확 한 흡연구역 수립을 위해선 총학과 학교 측의 논의가 선결돼야 하며 이후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분명한 경계와 표지판 설치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 공식적으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지정되면 학교는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규칙을 시행할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 제7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 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할 수 있다. 관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사시설 외의 부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흡연구역 문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권리와 요구를 고려 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되는 복잡한 문제다. △교육과 지원 제공△명확한 구역 수립△흡연 구역 지정 등을 통해 모든 구성원을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기 위한 흡연구역 설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동현 기자 06donghy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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