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 지급의 공정성 문제, 근본적인 취지를 되찾기 위해선

등록일 2023년03월02일 17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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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로 국가장학금(이하 국장) 제도가 시행 11년을 맞았다. 한국장학재단 (이하 장학재단)은 수혜 대상 여부를 판가름 짓는 소득인정액 기준을 꾸준히 개편해왔지만 여전히 국장 지급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장 신청 결과가 나올 때마다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엔 국장 지급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국장의 현황 및 발자취△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국장의 현황 및 발자취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국장 제도는 매해 10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하는 국가 장학정책으로 학생들의 배움에 제한이 없도록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를 갖는다. 소득수준과 연계된 국장Ⅰ유형(학생직접지원형)은 △우리나라 국적의 국내 대학교 재학생△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란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에게 수혜 자격이 주어진다. 장학재단은 학기마다 자체적으로 수혜 금액과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인 소득분위를 정해 개인별 가계소득을 반영한 후 장학금을 지원한다. 1-10구간 혹은 기초· 차상위로 나눠진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이때 10개로 나뉘는 소득분위 구간은 월 소득인정액 및 기준 중위소득*과 결부돼 정해진다. 이번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위 경곗값은 △1구간 중위소득 30%(162만 289원 이하)△2구 간 중위소득 50%(270만 482원 이하)△3구간 중위소득 70%(378만 675원 이하)△4구간 중위소득 90%(486만 868원 이하)△5구간 중위 소득 100%(540만 964원 이하)△6구간 중위소득 130%(702만 1,253 원 이하)△7구간 중위소득 150%(810만 1,446원 이하)△8구간 중위 소득 200%(1,080만 1,928원 이하)△9구간 중위소득 300%(1,620만 2,892원 이하)△10구간(9구간 초과)이다. 한편 이번 해 국장 정책은 △기초·차상위 가구 학자금 지원 확대△5-8구간 국장 지원액 증가 △8구간 이하 다자녀 학비 전액 지원 등과 같이 개편됐다. 

 

국장 제도는 11년 동안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아직까지 허점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따른다. 국장 도입 초기인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소득정보만을 이용해 소득구간을 산정했다. 그러나 이자와 연금소득 등의 소득항목이 일부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 2015년부터는 소득·재산 자료와 서비스 이력 정보 등을 통합했고 △부채를 포함한 조사항목 추가△사회복지 통합관리망 활용△소득항목에 예·적금 보험 등 금 융자산 포함△이의신청 절차 도입△장학금 신청 전 기준 공시 등 많은 사항을 추가로 개편했다. 이에 이전보다 폭넓은 정보가 제공돼 더욱 정확한 소득분위 산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자산이 내포한 실질 적 의미를 전부 파악할 수 없어 △국외소득△금융자산△부채 등을 소득으로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지속됐다. 실제로 우리학교 에타에 국장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면서 국장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왜곡되고 있진 않은지 의구심을 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국장 제도의 문제점 

국장의 사각지대는 국장 지급 선정 기준의 공정성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제출된 국민권익위원회와 장학재단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명절 상여금 및 보험 환산액과 같은 비정기소득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거나 전산상 등록되지 못한 대출액이 실질적인 부채로 반영되지 않아 동일 가구원 간 학자금 지원구간이 다르게 책정된 사례가 존재했다. 보건복지부의 전산엔 제1금융 권 대출만 등록돼 장기카드대출 등의 부채 기록은 소득 산정 방식에서 제외된 것이다. 예를 들어 융자를 끼고 집을 구매해 수십 년간 빚을 갚아야 하는 경우 세금 및 이자 부담이 커지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렇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킨 경우 현행제도가 레버리지 과정에서의 대출을 걸러낼 수 없어 손해를 입는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동산과 금융재산 등을 모두 월 소득으로 환산해 포함하면서 월 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소득분위가 높게 산정돼 국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산정 과정에선 국내재산만 고려되고 국외소득은 아예 반영되지 않는 허 점도 나타났다. 심지어 현행 소득분위 산정 기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인정액에 부모의 실업급여를 합산하는 항목은 역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부모가 실직 하거나 폐업한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급여가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면 실제 소득보다 소득인정액이 높게 산정돼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이 적절한 금액의 국장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장 지급 선정 기준이 4인 가구 기준에 맞춰졌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5인 이상 가구에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512만 1,080 원(지난해 기준)이 적용되며 월 소득인정액이 과대평가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4인 가구가 우리나라 가구원 구성 수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명목하에 통일된 기준이지만 5인 이상 가구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3인 가구는 기준 중위소득을 차등 적용할 경우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4인 가구 기준으론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선정 기준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학생이 먼저 산정 결과에 의문을 품지 않으면 잘못된 소득분위를 정정하기 어렵고 최신화 신청 절차도 복잡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 지 5년간 최신화 신청 총건수는 9만 2,675건에 달하는데 신청 학생 중 92.6%(8만 5,782명)는 당초 소득분위보다 최신화 후 소득분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각지대를 줄이고 실질 수혜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국장은 지난 11년간 △소득분위별 지급액 확대△소득 산정 방식 개선△저소 득층 성적 기준 완화 등 수혜 대상과 수혜액을 늘려왔음에도 신청자 대비 수혜자 비율은 큰 개선없이 약 62~64%대에 머물렀다. 

 

◆나아가야 할 방향 

지금의 상황에선 등록금 중심의 고착화된 재정구조에서 벗어나 정 부 재정지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대학교 재정지원 중 장학금에 투자하는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분배한다면 국장과 더불어 교내·외 장학금 분배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장학금을 지원해 줄 기회가 형성된다. 실제로 미국은 정부가 제공하는 장학금 종류가 많아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는 국장이 지급되는 소득분위가 엄격히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국장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세부적인 국장 공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국장 지급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된 만큼 공시 항목의 세분화를 통해 국민들이 기본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정보 공시 기간의 연장은 많은 이들이 정보를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 국장 정책 운용의 적정성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드는 기대효 과가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국장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건국대학교 (이하 건대)는 ‘장학사정관’이란 제도를 운용해 학생 개개인을 면접하고 개인별 가계 사정을 파악해 실질적인 가계 곤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개인 맞춤형 장학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장학제도는 획일적인 소득분위별 장학금 지급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대외 장학금 혹은 생활비 장학금과 연계해 학생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김지수 건대 장학사정관은 “장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실제로 국장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과 가계곤란 대상자를 구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장이 본래 취지인 등록금 부담없이 교육 제공을 보장하는 공정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교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준 중위소득: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을 위해 고시하는 국 민 가구소득의 중위값 

**레버리지: 자산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용어 

 

 

정연아 기자 06znchu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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