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오전 10시 맑고 경쾌한 휴대전화 알림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외대학보 수습기자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뻤다. 그것은 아마 성취감에서 오는 달콤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였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란 생각이 밀려들어와 날 짓누르기 시작했다. 방황하며 살아온 나로선 스스로에게 의심이 가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더군다나 글 쓰는 능력이 부족했던 내게 ‘외대학보’란 이름은 무척이나 거대해 보였다.
그렇게 외대학보에 대한 걱정으로 여러 날을 보내고 어느새 수습기자 방중 교육이 시작됐다. 수습기자들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성심성의껏 알려주는 국부장단과 차장 기자가 대단해 보였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소중한 시간을 쏟으며 수습기자 교육을 열심히 하는 그들과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걱정하는 내 모습이 대비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건 나만의 착각이었 다. 난 여전히 많이 부족했고 부족함을 느낄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졌으며 이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살다 보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문제들이 의도치 않게 자연스레 해결될 때가 있다. 좀처럼 덜어지지 않을 것 같던 부담감도 방중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사라지고 있었다. 방중 교육 마지막 날엔 수습기자들끼리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 이때 작성한 기사를 조판하기 전 수차례에 걸쳐 선배 기자 들과 △내용△맞춤법△문맥 등을 수정하는 시간이 있다. 더 좋은 기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지만 한 글자씩 글을 읽어가면서 수정하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차례 글을 고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기사가 완성된다. 확실히 처음 작성한 것보다 모든 부분에서 더 나은 글로 탈바꿈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사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하는 게 아닌 수많은 이들과 함께 만드는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또한 나와 함께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자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과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심지어는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마음 한편을 쿡쿡 찌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제 막 수습기자 신분을 벗고 정기자가 됐다. 주제를 선정하고 취재하면서 그것이 ‘외대학보’란 이름으로 인쇄돼 학교에 배포될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어깨는 무거워져만 간다. 학교와 학생을 이어주는 균형 잡힌 글을 써야 하지만 혹여나 그러지 못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럴때마다 이 길을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은 내려놓고 더 좋은 주제로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2023년의 첫 번째 순서로 ‘뒷담하는 기자’란 소중한 지면의 한 자리에 글을 쓰게 되면서 외대학보 사람들과 독자들을 위해 이 한마디를 꼭 담고 싶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