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외국어 및 지역학을 중점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대학교 연구소에 비해 어문학 및 지역학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타 분야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 연구소의 다양성 부족 문제는 차후 우리학교 연구 방향 및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연 구 분야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학교 연구소가 갖는 의의 및 우리학교 연구소 현황△우리학교 연구소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학교 연구소가 갖는 의의 및 우리학교 연구소 현황
대학부설연구소(이하 대학연구소)는 기존의 학과 및 학부 체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다. 학과나 학부 차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전문 연구인력을 통해 수행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연구소는 대학교의 연구 기능 활성화의 중추를 담당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대학연구소는 대학교에서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학과와는 달리 별도의 조직으로 취급된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한 연 구비를 대학교 내외에서 일정 기간동안 확보해 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대학연구소가 기업연구소와 같은 외부연구소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 은 대학교의 고유 기능 중 하나인 교육과의 연계성이다. 연구의 △기간 △목표△성격△형태 등에 따라서 대학연구소는 상업성을 띠는 기업연 구소와 교육기관인 대학교의 중간 성격을 지닌다. 대학연구소는 기업연구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 육적△기초적△개인적△장기적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학교엔 현재 4개의 연구센터와 연구센터 산하의 연구소 33개가 존재한다. 그중 17개의 연구소에선 외국어 및 지역학에 대한 탐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4개의 연구센터로는 △국제지역연구센터 △외국어문연구센터△융합연구센터△전문분야연 구센터가 있다. 그중에서도 국제지역연구센터는 4 개의 연구센터 중 가장 많은 수인 13개의 연구소를 총괄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경제△문화△사회△ 정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실천적 연구를 수행하면 서 전문 인력의 실용연수를 통한 기술 및 응용지식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해당 연구센터에선 △국제지역연구△국제지역정보△International Area Studies Review(이하 IASR)△International Journal of Foreign Studies(이하 IJFS)의 학술지를 창간했다.
◆우리학교 연구소의 문제점
우리학교 연구소 조직도에 의하면 4개의 연구 센터에 각각의 연구소가 소속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학교 연구지원팀에 따르면 연구센터와 연구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연구 센터를 포함한 모든 연구 기관이 사실상 연구소로 통칭되고 있다. 우리학교 연구소 33 개 중 29개의 연구소는 각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 현황을 살펴볼 수 있으며 그중 19개의 연구소는 연락처가 기제돼 있어 연구소와의 소통이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나머지 4개의 연구소는 별도의 연구소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으며 심지어 우리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연구소의 연락처를 찾아볼 수 없어 연구 현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연구소 홈페이지는 전적으로 연구소의 재량에 따라 운영되기에 연구소 측에 홈페이지 개설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 센터의 경우에도 국제지역 연구센터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홈페이지나 연락 수단이 미비해 연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학알리미에서 제공한 ‘2022년 대학 부설 연구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학교 연구소 중 △경제경영연구소△국정 관리연구소△글로벌경영연구소△아프리카연구소△언어공학연구소△ 언어문화소통연구소△정보산업공학연구소△환경과학연구소의 경우 연구를 위한 전임연구원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중남 미연구소의 경우 전임연구원이 9명으로 연구소별로 연구원 채용에 편차가 존재했다.
명목상으로 연구소가 존재하지만 소속 연구원 및 연구 실적이 부족한 부실 연구소 문제도 지적됐다. 우리학교의 △언어문화소통연구소△정보산업공학연구소△환경과학연구소의 경우 지난해 국내와 국제를 포함한 학술행사 개최건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비단 우리학교 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연구소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의 ‘2019년 대학 부설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엔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대학연구소 중 약 62%는 연구원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유령 연구소’였다. 더불어 2019년 기준 전체 연구소 1개당 평균 전임연구원 수는 0.8명으로 전임 연구원이 부재한 연구소도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지역학 중심의 연구센터는 우리학교만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우리학교엔 어문학 및 지역학 관련 학과뿐만 아니라 이공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학과가 존재하지만 연구는 여전히 특정 분야에 편중돼있다. 다른 대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문학 및 지역학 관련 학과들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긍정적인 한편 연구의 폭은 좁다고 볼 수 있다. 전문분야 연구센터와 융합연구센터엔 △경제경영연구소△기초과학연구소△환 경과학연구소 등 다른 분야의 연구소들이 소속돼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대학교들에 비해 연구소의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형성 하는 등의 성과를 이룩하는 다른 대학교의 사례가 주목받는다. 중앙대 학교(이하 중앙대)의 경우 ‘Human Engagement Institute’란 연구소에 서 인적자원개발 정책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연구소에선 인적자원개발 분야에 관한 △연구물 발굴△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개발 및 전문 서적 발간△정책연구 등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인문콘텐츠연구소’에선 인공지능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토대로 윤리학적이고 철학적인 반성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연구소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관련 연구의 국제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제학회를 창립하고 매해 1회 학제 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경우 ‘여성연구소’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선 사회와 역사 속에 존재했던 성차별의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연구가 수행된다. 또한 복합적인 영역에서 작동하는 성차별을 파악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성평 등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학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엔 감정문화연구소란 연구기관이 존재하는데 감정을 인문학의 새로운 연구주제로 확립하고 감정이 △기술△문화△사회△정치 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과 기능을 포 괄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연구소는 교육과정 개발 및 강좌 개설과 해외 연구자 초청 및 공동연구를 통한 국제협력에 힘쓰고 있다.
중앙대엔 우리학교 연구소 수의 두 배 이상인 72개의 연구소가 존재하며 △경영△경제△공학 △기술△법학△사회과학△의학 등 특정 분야에 치중이 되지 않은 포괄적인 연구가 진행된다. 서울대의 경우에도 21개 의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최소한 한 개에서 최대 16개까지의 연구시설 을 운영하는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경희대도 68 개의 연구소에서 어문학 및 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주제의 다양성을 위해 연구소를 무분별하게 설립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전임연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우리학교 일부 연구소는 전임연구원이 부족한 상 황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사립대학교의 경우 대학교 자체규정만 충족하면 연구소를 쉽게 설립할 수 있어 부실 연구소가 나타나기 쉽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연구소 역시 자체적인 연구소 점검 및 개편을 통해 연구의 질적 수준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채린 기자 06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