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반도, 지진이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

등록일 2023년03월15일 23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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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 모멘트 규모 7.8에 달하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에 대 한 미흡한 대비로 이번 달 기준 54,000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84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가 초래됐다. 지진 안전지대로 불렸던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주기적으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만 한반도에서 평균 77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김광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를 통해 우리나라 지진의 발생 원인과 지진 대비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Q1. 판의 경계에 위치하지 않은 한반도에 최근 들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기상청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감시하고 국민들에게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고 있어요. 관측장비를 이용한 지진관측은 지난 1978년 부터 시작됐고 처음엔 5-6개에 불과했죠. 그러나 기상청에선 지진관측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 현재는 전국 280여 개의 소에서 지진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관△대학교△연구소에서도 많은 수의 지진관측소가 운영되고 있어요. 이처럼 국내에서 많은 지진 관측소가 운영되면서 지진관측 역량이 향상됐고 이전엔 인지하지 못했던 소규모의 지진까지도 관측할 수 있게 된 거죠. 원래도 발생했던 지진을 더 잘 파악하게 돼 지진 발견 횟수가 증가한 것이지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한 건 아닙니다. 

 

Q2.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내진 설계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의 비율은 15.3%로 저조한 상황입니다. 법안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내진 설계 관련 법안은 비교적 최근인 1988년에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건 아니에요. 또한 내진 설계를 반영하더라도 이는 새로 건설되는 건물과 시설에 대한 것이지 과거에 이미 만들어진 건물과 구조물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법을 보완하고 규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분명히 있죠. 더불어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3. 앞으로 국회와 정부가 지진 대비 및 피해 방지 법안을 발의하거나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구조 및 구호 활동△내진 설계△대피 방안 차원에서 고려 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지진대응정책은 3단계에 걸쳐 수정됐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진대응정책은 과거 일본과 중국에서 발생했던 지진을 바탕으로 수립한 정책으로 제도적인 보완에 중점을 뒀어요. 그러나 세 번째 정책은 지난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면서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확인됨에 따라 만들어지게 됐어요. 이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지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 게 수정 및 입안됐습니다. 새롭게 향상된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실행 중인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수행한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한반도엔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큰 활성단층들이 최대 450여 개가 존재합니다. 이런 활성단층들의 개수에도 불구하고 왜 현재까지 규모 5 이상의 강진 빈도가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에 비해 많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활성단층 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5년간 조사가 이뤄졌는데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은 조사를 수행해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나 라의 과거 지진 이력과 현재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육지에선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포함한 영남권에서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영남권에 큰 지진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활성 단층들이 많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주변국에 비해 지진에 대한 위험은 적은 편이에요. △대만△일본△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지진이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의 발생 횟수와 규모가 주변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Q5. 정부 조사단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 발전소에서 비롯된 인공지진이란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어떠한 원리로 지진을 유발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열발전소는 지하의 뜨거운 열을 지상으로 끌어와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입니다. 이때 지하의 열을 지상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물을 사용하죠. 차가운 물을 열이 있는 지하 4-5km 깊이까지 주입하고 열을 흡수한 지하의 물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올려요. 그리고 이 뜨거운 물로 만든 증기를 통해 발전기를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포항 지역발전의 경우 높은 지열을 활용한 전기 생산을 목표로 지하 4,500m 깊이에 주입정*과 생산정**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물이 주입정과 생산정 사이를 지나가면서 열을 얻는 통로 및 저류층***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7 년 9월까지 다섯 번에 걸쳐 수리자극****을 실시해 저류층을 형성시켰죠.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액체와 기체가 단층에 직접 주입됐고 이렇게 주입된 액체와 기체는 단층면의 마찰을 저감시켜 결과적으로 단층이 미끄러지는 현상인 지진으로 이어진 거예요. 예를 들어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달린다고 생각해 봅시다. 보통의 날씨라면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자동차의 속도가 안정적으로 감소하고 정지합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노면이 미끄러워 브레이크를 밟아도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제어가 되지 않곤 하죠. 비 오는 날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은 노면 위 빗물이 아스팔트와 타이어 사이에 마찰력을 감소시켜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포항의 지질에서 발생한 거예요. 보통의 경우라면 미끄러지지 않을 단층이 외부로부터 주입된 액체와 기체로 인해 마찰력이 감소되면서 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Q6.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진조기경보 체계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 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016년 지진조기경보는 시행 초기 단계였습니다. 이후 지진 감시망 조밀화와 분석체계의 정밀화를 통해 신속한 지진 감지와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졌죠. 복잡했던 정보 전달 체계 또한 기상청에서 각 방송국 과 주요 언론사로 직접 전송하도록 수정돼 지진조기경보 시간이 단축됐 어요. 지난 2016년 경주지진의 경우 최초 지진관측으로부터 경보 발령 까지 총 26초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2021년 제주시 서귀포 서남서쪽 해 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최초 관측으로부터 12초 후 경보를 발령해 총 14 초를 단축했습니다. 

 

*주입정: 암반이나 얕은 토양층 안쪽에 더 깊게 주입하기 위해 만든 기계 

**생산정: 지열 발전 설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대 수층에 존재하는 고온의 물을 끌어 올리려고 파 내려간 구멍 

***저류층: 석유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일정부분의 지층 

****수리자극: 고압력의 액체를 이용해 지하의 암석 등을 쪼개는 기술 

 

 

윤성민 기자 06seongm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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