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학교는 대내외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란 초유의 전염병 사태 아래 3주체 총장직선제와 중복학과 통·폐합이 진행됐다. 화두가 된 사안이 많았던 만큼 학교와 학생 간의 대립도 빈번했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그 시간은 우리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캄캄한 새벽과도 같았다. 외대학보는 그 사이를 좁히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우리가 쓰는 글이 닿는 그 끝에 서로를 보듬는 이해가 피어나길 바랐다. 새벽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우리학교에게 따스한 아침은 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1077호엔 그간의 어둠을 이겨낼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우리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학교와 학생 간 소통문제는 우리학교가 오래전부터 골머리를 앓던 문제다. 특히 불합리한 의결구조는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식 행정을 부추겨 원활한 소통을 막는 주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현재 학내 의결 구조는 △학생이 의결 구성원에 포함되나 학생 임원 수가 적어 의결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학생이 의결 구성원에 포함되나 학생 의견 반영 비율이 적어 의견이 과소 반영되는 경우△ 학생이 의결 구성원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로 학생 측에 불리한 형태 를 띠고 있다. 학내 결정 사항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인 만큼 민주적인 의결구조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학교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학교엔 신설학과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변화하는 시류에 맞춰 다양한 학과를 기획하고 있는 학교와 달리 학생사회의 반응은 냉랭하다. 신설학과 설립을 위해선 교원과 입학정원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는 기존학과 인원 내에서 차출돼야 하므로 기존학과의 피해 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학과 인력 감소란 표면적인 문제 이외에도 강의 질 하락이나 학과 입지 축소 등 뒤따르는 여러 문제도 학생들의 우려를 가중시킨다. 학교 발전을 위해 새로운 분야의 학과 신설은 필요하나 기존 구성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협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학교 연구소의 연구범위는 외국어와 지역학 위주로 편중돼있다. 또한 명목상으론 연구소가 존재하나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실적이 부족하거나 파악하기 힘든 부실 연구소도 존재해 대학 내 연구의 중추를 담당하는 대학연구소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대학연구소는 학과나 학부 차원에서는 진행하기 힘든 전문적인 분야를 다룬다는 데 있어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제 의미와 목적을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연구소의 기틀을 다지고 연구의 폭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 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재정비를 통한 질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던 문제들을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학보의 새벽은 뜨겁다.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 기사 수정은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저녁까지 이어진다. 새벽을 견디는 요령은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치워나갈 뿐이다. 다만 우리는 알고 있다. 긴 새벽이 끝나면 결국엔 아침이 온다는 것을. 외대학보는 우리학교가 나아갈 그 모든 결단의 순간에 함께할 것이다.
한 비 부장 04hanb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