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절의 대학 캠퍼스에서

등록일 2023년03월15일 23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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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웃음소리가 화르르 들리는 캠퍼스. 오랜만이다. 팬데믹으로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면서 식당에도 커피숍에도 강의실에도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로 붐빈다. 마치 처음인 듯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꽃망울 올라올 것 같던 따뜻한 봄기운이 꽃샘추위로 싸해졌지만 우리 대학에 다시 깃든 이 활기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캠퍼스를 바라보며 팬데믹 이전과 이후, 대학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지 가늠해본다. 학교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든가 챗GPT나 딥 러닝의 등장으로 인한 교실 강의의 변화 등을 말하기 전에 다른 시각에서 화급한 시절의 문제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2년 한국인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를 혹시 아시는지?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기후 변화’라고 한다. 기후(climate)와 날씨(weather)의 개념이 조금 다른데, 날씨는 특정 장소의 특정 시간의 단기적인 대기 상태다. 어제는 흐렸고 오늘은 비가 내리고, 이게 날씨다. 하지만 기후는 특정 지역 혹은 전지구적 차원의 장기적인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를 말한다. 적어도 30년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둔다고 한다. 예전에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말이 많이 쓰였고, 가령 때 이른 한파를 맞으면 사람들은 ‘에잇, 지구 온난화도 사실이 아니네.’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 는데, 이는 기후와 날씨를 혼동하는 말이다. 

 

20세기 후반에 많은 우려를 낳은 ‘지구 온난화’ 문제는 21세기 들어서 ‘기후 변화’ (climate change)라는 말로, 이어서 ‘기후 위기’(climate crisis)라는 말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위기를 넘어서 ‘기후 파국’(climate catastrophe)으로도 이야기된다. 위기가 파국으로 바뀐 것은 그만큼 기후문제가 우리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의 변화는 정말이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률이라든가 전 세계 해수면의 변화가 다음 세대의 온전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회의 때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장관이 바다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양복을 입고 허벅지 까지 물에 잠긴 채 연설을 하던 그의 모습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가라앉는 것이 투발루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몇몇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가뭄이나 재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지구 위에 깃든 우리 모두의 삶, 사회적, 경제적 일상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뭄, 폭염, 폭우, 산불, 해수면 상승, 해수의 산성화 등 환경의 가파른 변화가 우리 인간 삶과 직결되기에 기후 위기는 지금 시대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화급한 삶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가뭄은 흉작을 낳고, 흉작으로 인 한 식량 위기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때 아닌 산불이나 홍수, 지진으로 인한 생존 권 박탈도 심각하다. 기후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진 온실 가스의 배출 문제는 단순히 국가적 층위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 분위별로 큰 차이가 나는 문제이기에 한 나라 안에 기후 위기의 주범과 기후 위기의 피해자가 공존하고 있다. 매일의 생활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시민들의 실천적 운동이 더 중요한 이유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대학 운영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환경부에서는 저탄소 녹색 성장에 실천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캠퍼스의 환경을 보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의식을 갖도록 2011년부터 그린캠퍼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50개가 넘는 대학이 선정되었지만, 우리 학교는 한 번도 그린 캠퍼스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양 캠퍼스 통틀어 우리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그린 사업이 적지 않고 2030년까지 제로 에너지 캠퍼스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로드맵이 수립되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서 일상의 결을 바꿀 수 있는 변화 노력은 체감되지 않는다. 친환경 생활을 주도하는 학생과 교직원 활동을 후원하고 환경 인문학과 생태 인문학을 교양 및 전공 교육에서 강화하여 문제의식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사회와의 그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기획 해 볼 수 있다. 당장 내일부터 1인 1텀블러 운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 기후는 변화도 위기도 넘어 이미 파국으로 치닫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기후 재난에 대비하는 교육의 실천적 현장성을 강화해야 할 때다. 

 

 

·정은귀(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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