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서양어·독일어 96)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는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정책학 전공)를 취득하고 지난 2016년 제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서울특별시경찰청 조직법무계 송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무관은 경찰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사건△법률상담△행정소송 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다. 이외에도 김 변호사는 지난해에 우리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법체계의 면면을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 치안의 일선을 보좌하는 경찰의 사내변호사인 김 변호사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독일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히 독일어를 좋아해서 독일어과를 선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대학교와 학과를 결정할 당시 독일에 관심이 있었어요. 독일의 통일 소식을 듣고 추후 독일 관련 수요가 많아질 거란 기대로 독일어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부분 학생이 그러하듯 명확한 꿈이 없었어요. 전공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아 적극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학교 내의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그마저도 열정을 쏟지는 않았어요. 3학년이 된 이후 명확한 목표 없이 살아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겨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Q3. 변호사란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변호사가 된 건 아니었습니다. 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그동안 관련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고시 공부에 전념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고시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자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어요. 열정적이고 즐겁게 공부했지만 결국 행정고시 합격엔 실패했습니다. 당시엔 어린 나이였고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커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이후 진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생겼다며 도전을 권유해주셨죠. 제가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경험이 로스쿨 입시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렇게 우리학교 로스쿨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4. 지난 2016년부터 서울특별시경찰청 송무관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송무관이란 직업이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 변호사님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송무관이란 송무를 하는 행정관을 일컫는 말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소송 업무를 하는 행정관이죠. 경찰 관련 국가배상소송이나 행정소송이 사내로 들어오면 법원에 가서 대리로 변호 업무를 수행해요. 이외에도 법률 자문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Q5. 변호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전 변호사 생활의 대부분을 서울특별시경찰청에서 보냈어요. 주로 경찰 관련 업무를 맡아 경찰들과 가까이 지냈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경찰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받고 심지어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한 경찰이 민원인으로부터 제기된 △민사소송△국가인권위원회 진정△형사소송에서 억울한 판결을 선고받은 경우가 생각나네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수년 동안 해당 경찰관분과 상담하고 관련 소송 업무를 직접 수행했어요. 경찰관이 법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는 경우 현재는 경찰 내부 지원 제도가 많이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스스로 법적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 그런 분들을 돕고 싶었어요. 제가 도움을 드린 경찰관은 2심에서 선고 유예를 받고 복직하셨습니다. 너무나도 고마워하시던 그분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Q5-1.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공감을 잘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고 타인이 겪은 부당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누군가가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부당한 처분받았을 때 당사자에 감정 이입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6.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 다양한 공공분야에서 활동하셨습니다. 각 분야에서의 활동이 변호사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행정고시에 낙방했지만 행정학 석사 학위를 통해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었어요. 권익위 행정규칙개선팀에선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정규칙을 찾아 개정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법을 좀 더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중 잘못된 법도 존재할 수 있다는 넓은 시야를 기르게 된 거죠.
한편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에 바로 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또 다시 실패했다는 충격에 최대한 잡념이 안 생길 정도로 바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자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여성 리더십 개발 교재를 제작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여성 리더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Q7.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책임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변호사는 타인의 일을 대신해서 수행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변호사에게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하기도 합니다. 결국 누군가가 날 믿고 맡긴 일이기에 책임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8. 직업 외적으로 갖고 있는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찰 행정법 공부예요. 지난 2021년 우리학교 최승필 교수님의 지도로 행정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경찰 행정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관련 업적을 남기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통일법 정책 연구입니다. 현재 통일법 정책 연구회란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순식간에 통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법△사회△정치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죠. 통일법 정책 연구회는 통일을 대비해서 미리 정책을 구축해보자는 목적을 가진 비영리·비정치 단체예요. 현재 3년째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북한 이탈 주민을 돕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됐을 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Q9. 변호사를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리학교에서 강의할 때도 많이 이야기한 주제인데 변호사를 꿈꾼다면 본인을 믿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낫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또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지금 당장 목표를 위해 시작한다면 열정이 쌓여 공부에 가속도가 붙고 더 빨리 목표에 다가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실패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즐기란 말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길 바랍니다. 중요한 건 실패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예요. 전 남들보다 변호사 생활을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그 덕분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실패로 인해 여러 가지 길에 닿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도와줄 길을 찾을 여러 방법도 알게 됐습니다.
김상헌 기자 06h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