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날개’를 읽고] 옥상으로 내모는 무력감의 사회에 대해

등록일 2023년03월29일 00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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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개인의 무력감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학창 시절 내 ‘위시리 스트(Wishlist)’는 내 손 안에 있었다. 갖고 싶은 것들은 용돈을 모아 내 힘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세웠던 목표 역시 내 노력 으로 달성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대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개인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이 많아졌다. 

 

아직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히 말할 수 없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예컨대 자본 주의 사회의 이기성이 민주주의의 정의를 침범해선 안된다는 것과 국가 존재의 이유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함이란 점 등은 사회 구성원이 인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손쉬운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처럼 온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력해진다. 

 

작가 이상의 ‘날개’는 일제강점기 시절 식민지의 현실 뒤에 존재 했던 개인의 무력감과 암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외부로부터 단절 된 인간의 외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이상은 식민지화 된 근대도시 경성의 일상을 고발하면서도 암울한 시대 속 개인은 철저히 무력 할 수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지만 그 시대의 지식인을 빗댄 인물이다. 지식인들은 지독한 무기력에 빠졌고 깊은 우울로 분노조차 드러낼 수 없었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이는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목으로 일제 강점기 치하 아래 자신의 소신을 실천하지 못한 지식인의 좌절을 보여준다. 이상은 이 소설을 발표한 이듬해 사상 범으로 체포됐다가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소설 속 주인공도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다 결국 백화점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지도자는 숙명적으로 도마 위에 올라야 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또한 이들은 날개의 주인공과 같이 무력감을 느끼는 사회의 구성원이 없도록 국민들을 계속해서 일깨워야 한다. 앞으로 일제강점기와 같이 가해와 피해가 뚜렷한 상황에 놓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암묵적으로 개인의 입을 막고 지식을 사장한다면 사회는 모두를 희망 없는 옥상으로 내몰 것이다. 

 

 

고서연 기자 06syk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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