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싸고 격화되는 미중분쟁, 향후 전망은

등록일 2023년05월10일 21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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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미국 하원의장(이하 매카 시 미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이에 지난 16일 미국도 대만해협에 이지스 구축함을 동원하며 대응해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이하 미중)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전 미국 하원의장(이하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해협에 군사적 긴장이 초래된 바 있다. 이에 유현주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대만해협 위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지난해 8월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6일 진행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의 미국 회동으로 대만해협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미국과 대만의 외교적 단결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미국은 대만 정부와 관계가 단절된 이후로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근거로 상업·문화적 교류 등 비공식적 관계를 이어가고 방어 무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무력 통일을 반대하고 대만의 완전한 독립 역시 지지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죠.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중국과 대만을 모두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외교적 선택이에요. 그러나 중국의 경제·군사적 역량이 증가하고 최근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가능성이 증가하자 미국 대통령의 대만 안보를 위한 약속과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어졌고 미중 사이의 대립이 두드러지게 됐어요. 이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으나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부추긴다며 대만 해협에서 강력한 군사 훈련을 수행했고 대만 역시 이에 반발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증가하게 됐습니다. 

 

Q1-1. 대만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이 직접적으로 발생한 ‘대만해협 위기’는 1950년대 두 차례, 1990년대 한 차례 발생했습니다. 이전의 ‘대만해협 위기’와 최근의 긴장 상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전의 대만 위기와 최근 대만 위기의 다른 점은 중국의 경제·군사력 성장에서 찾을 수 있어요.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으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군사력 부문에선 병력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았으나 구식 장비에 군비 예산 역시 낮았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군사력 역시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요. 특히 350여 개의 군함 및 △강습상륙함△군 수송기△스텔스 구축함△스텔스 전투기△잠수함 등을 갖추고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미 동맹국들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전략 (A2/AD)*’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중국은 대만 포위 작전 훈련이란 과감한 무력시위를 감행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에 반발한 중국이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반접근·지역 거부전략이 가시화되고 있죠. 1995-96년 대만의 리덩후이 총통이 미국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미사일 발사에 그친 반면 최근의 무력 시위는 강도가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2.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가 동아시아 지역에 끼칠 영향이 궁금합니다. 

대만해협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지역의 갈등은 역내 경제적 불안과 안보의 불안으로 연결됩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뉴질랜드△동남아시아 국가△일본△호주의 가장 큰 무역대상국이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교류를 포기할 순 없죠. 따라서 대만 해협을 둘러싼 위기는 이들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선택의 폭을 줄이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최대의 실리를 얻기 위한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겁니다. 

 

Q3.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주변 지역과 유럽은 대만의 위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압적 조치는 중국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했어요. 중국 입장에서 무력시위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에 대한 정당한 행위지만 미국을 비롯한 △독일△스웨덴△영국△일본△프랑스△한국 △호주 등의 미 동맹국들이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와 평화적 상태를 지지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어요. 이제 대만해협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의 주요 안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미 의회는 ‘대만 정책법(Taiwan Policy Act)’을 채택해 대만의 군사능력 강화를 위해 안보지원을 보장하고 대만이 ‘비 나토동맹국(Major Non-NATO Ally)’임 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Q4.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지난 26일 ‘한미동맹 70주년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이러한 대만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언급에 중국 외교부는 내정간섭이라며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의 대립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리나라는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후 오랫동안 관계 극복이 어려웠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사실상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류하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힘으로 인한 대만 해협의 현상변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에 대한 중국 측 반발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입니다. 혹자는 이것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선택한 결과라 비판하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잃었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이는 이념과 정당을 넘어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동시에 한 해 군비에 500억 달러 이상을 할당하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나라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북한이 공세의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억지 정책(deterrence)**의 일환으로라도 우리나라는 대만해협의 평화적 현상 지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어요. 

 

Q5. 대만엔 △ASUS△FONXCONN△TSMC 등 △반도체△제조업△IT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대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지난해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시위와 함께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실시했습니다. △농어△ 맥주△파인애플 등 2,000여 개의 대만산 식품 수입을 중단하고 12월엔 수산물과 주류 등의 식품 수입을 중단했어요. 이는 중국과 대만의 무역에서 2%에 불과하지만 대만산 식품이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대만의 반도체 칩에 의존하고 있 는 중국은 대만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에 대한 제한적 조 치는 취하지 않아 대만의 경제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제품 생산시장에서 전 세계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및 다른 유럽 국가에게도 중요해요. 지난해 대만 위기 때도 미국과 유럽에선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죠. 또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심화되고 중국에 대한 5G 네트워크 제재 및 칩법(CHIP Act)***을 비롯한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중국과 멀어지게 됐어요. 이는 중국-대만 양자 간 무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5-1.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경제 분야 이외의 대만 내 사회·정치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중국의 군사적 시위와 강압적 조치가 증가할수록 대만 내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날 수 있어요. 실제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최근 몇 년간의 설문조사에서 중국 정부에 비호감을 느끼는 대만인들은 약 94%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중국의 무력시위 이후 시행된 대만내 설문조사에서도 통일을 원하는 대만인들은 1-2%에 불과했어요. 이러한 변화는 대만 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대만인들이 중국과 대립 각을 세우는 지도자 혹은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도자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Q6. 대만과 중국 관계의 향후 전망이 궁금합니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으로서는 대만과 갈라져 있는 현상 유지보다는 통일이란 현상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상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지 갑작스럽게 일어날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하는 통일 방식은 중국에 유리한 선택이 아닐 겁니다. 중국과 대만의 문화적·민족적 친밀감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대만은 민주적 정치체제와 시장경제 체제를 발전·유지하면서 나름의 정체성이 확고해졌어요. 만일 대만해협에서 현상 유지가 지속된다면 중국과 대만 양국이 갖는 정치적·이념적 차이는 좁혀지기 힘들어질 것 입니다.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 Denial): 한 국가가 외부의 군사적 접근을 어렵게 하여 자국의 국가 이익과 영토를 방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 

**억지 정책(deterrence): 자신이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나타내어 상대방이 공격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보복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일정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 

***칩법(CHIP Act):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도록 지난해 미국의회가 제정한 법안 

 

 

김상헌 기자 06h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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