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노키즈존(No Kids Zone)’을 표방하는 가게나 업소가 출현한 이후 서비스 이용에 있어 특정한 집단을 배제하는 ‘노 존(No Zone)’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방침을 내건 한 카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노 존’ 표방은 업주의 정당한 영업권 행사라는 견해와 차별과 혐오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노 존’의 등장 배경△‘노 존’을 둘러싼 쟁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알아보자.
◆‘노 존’의 등장 배경
지난 8일 60세 이상 연령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시니어존’ 카페가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이에 해당 카페의 노시니어존 지정에 관한 비판론과 옹호론 사이의 논쟁이 점화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령에 근거해 특정 집단의 출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 비판론의 골자다. 한편 자신이 소유한 가게에서 업주에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은 영업상의 자유이고 재산권의 행사일 뿐이라는 옹호론도 존재한다.
노시니어존을 비롯한 ‘노 존’ 방침은 ‘노키즈존’에서 시작됐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지칭하는 용어다. 경기도공익활동지 원센터에 따르면 노키즈존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통용됐다. 지난 2016년 노키즈존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여론이 악화되면서 노키즈존은 다시 사회적 화두가 됐다. 노키즈존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영업 방침은 아니다.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선 어린이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미국과 아일랜드의 가게가 소개됐다. 또한 지난 201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 나주(North Carolina)에선 5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한 레스토랑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 매장 수는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이번 해 제주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술집이나 유흥업소 등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를 제외한 전국의 노키즈존은 542개로 조사됐다. 노키즈존은 지난 2011년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의 한 식당에서 10세의 아동이 종업원과 부딪히며 화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확산됐다.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식당과 종업원의 과실을 80%로 산정하고 4천만 원 가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부모의 방관과 관리의무 소홀에 대한 책임을 업주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처사란 비판적 여론이 대두되며 노키즈존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이 뤄졌다.
노키즈존에 대한 여론은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73%로 집계된 반면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리서치가 동일한 질문으로 진행한 지난 2021년 설문조사와도 유사한 결과다. 노키즈존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노키즈존에 찬성한 이유로는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72%)’가 가장 높았고 ‘영업의 자유(71%)’와 ‘매장 분위기 개선(70%)’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노키즈존에 이어 노키즈존의 다양한 변형태들인 ‘노 존’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카페에선 청소년들이 흡연행위와 욕설 등 불량행위로 영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노유스존(No Youth Zone)’을 내걸었다. 또한 부산대학교(이하 부산대) 인근 한 술집에선 일부 교수들이 사업장에서 교수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남용해 불쾌감을 조성한다 며 ‘노교수존’ 안내문을 부착했다가 부산대 교수협의회의 항의를 받고 안내문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엔 서울특별시의 한 야영장에서 과음과 고성방가 문제를 호소하며 40대 이상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중년존’을 도입했다. 이처럼 ‘노 존’에서 배제되는 집단의 범위는 아동을 넘어 다른 연령대나 직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노 존’을 둘러싼 쟁점
‘노 존’과 같은 영업 방식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이에 관한 여러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노 존’이 대상 집단의 보호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 부산시의 한 식당에서 일어난 어린이 화상 사고 등이 이러한 견해의 근거 중 하나다.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업장의 경우 노키즈존을 설정함으로써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법원은 목욕탕 업주가 예상되는 위험성으로 인해 전맹시각장애인의 시설 이용을 거부한 것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는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 아동에 대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설도 노키즈존으로 지정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보호자의 충분한 관리와 감독만으로 위험성이 일정 수준 통제될 수 있으니 아동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보단 부모의 감독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여성조선의 보도에선 노키즈존의 대안으로 아동의 출입은 허용하되 안전사고나 피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귀속하는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 카페가 소개됐다.
‘노 존’ 설정이 영업상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이를 긍정하는 진영에선 직업행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5조를 근거로 영업 방침을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변경하는 것은 업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택시 등 공익성이 인정되는 영역에선 예외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요구 되지만 카페나 음식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공익성이 부재한 영역이므로 이에 대한 개입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 존’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현재 ‘노 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제는 없지만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상대방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 23조 제1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노 존’이 부당한 차별로서 혐오를 조장하고 촉진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대학보에 게재된 칼럼에서 “아동의 출입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의 증가 현상은 사회에 만연한 아동에 대한 혐오에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이는 다시 ‘맘충’과 같은 다른 혐오표현과 결부되면서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노키즈존의 기저에는 곧 노동에 대한 혐오와 육아노동에 대한 혐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노키즈존뿐 아니라 다른 ‘노 존’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조사에서 60% 의 응답자가 ‘노중년존’의 사례는 나이를 이유로 한 혐오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유흥업소나 주점 등과 달리 환경적 특성이나 아동의 발달 특성에 비춰볼 때 아동을 그로부터 일률적으로 배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노키즈존은 과도한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16년 경기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키즈존은 과잉조치에 해당한다(46.6%)’는 견해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한편 ‘노 존’은 다른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정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노키즈존의 경우 앞선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1%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로 인해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불편을 경험한 장소로 는 ‘카페나 음식점(72.2%)’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야 할 방향
‘노 존’은 여러 측면에서 권리가 상충하는 사안이므로 이해관계의 조율과 협치를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의 일부 국가들은 차별금지와 관련된 법제를 입법해 ‘노 존’을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온타리오주(Ontario)에선 △주점 △카지노△클럽을 제외한 시설에서 아동의 건강 보호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아 동의 접근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인권 강령을 시행하고 있다. 노키즈존 뿐 아니라 △성별△인종△종교 등의 특성을 근거로 한 모든 출입 거부행위가 위법한 차별로 간주된다. 지난 2016년부터 스페인은 지역 업소나 공공 관광시 설에서 특정한 집단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관련 법규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장소 예절이 확충되고 정립되는 것도 중요하다. 우혜영 포틀랜드주립대학(Portland State University)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은 식당에 다 쓴 기저귀를 버리고 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이 논란이 돼 등장한 것이다”고 전 했다. 공공장소 예절을 준수하지 않는 일부 고객들의 행위에서 노키즈존과 같은 현상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편 연령 등 집단의 속성에 근거한 배제행위는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 교 교수는 “연령과 같은 속성을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과 같은 집단에 대한 출입 금지가 아닌 ‘소란 금지’ 등 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13세 미만의 아동의 출입을 제한한 제주도의 한 식당에 대해 모든 아동의 출입을 일률적·전 면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일부의 사례를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지난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선 제주 도 내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땐 계도조치를 시행하는 조례안이 입법 예고됐다. 또한 지난 2019년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아동의 출입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단 아동의 소란행위 등에 대해 우선 경고하고 주의를 줄 수 있는 공간인 ‘경고 가능존’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노 존’보단 대상의 특수한 성격을 반영해 대상과의 유기적 공존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경향신문 기사에선 정원과 놀이시설 등 자연친화적 공간을 구축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색연필 등 놀이 도구를 제공하는 북한산에 소재한 ‘예스키즈존’ 카페가 소개됐다. △놀이공간△유아 전용 상품·서비스 제공△수유실 등을 통해 아동과 성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축하려는 시도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어른 문화와 아이 문화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에서도 이러한 예스키즈존과 같은 시도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시 금정구는 아동을 동반한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관내 10개의 음식점을 ‘금정 예스키즈존’으로 선정하고 유아용 수저나 식기 등을 지원했다.
김정수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노키즈존은 영업주가 가진 영업의 자유와 아동과 부모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해 나타난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차별과 권리 사이에서 업주와 고객 모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