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의 소설 ‘아가미’의 주인공은 ‘곤’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다. 빈곤을 견디지 못한 그의 아버지는 당시 어렸던 곤과 함께 호수에 몸을 던진다. 아버지는 죽고 말았지만 곤은 생을 향한 본능적인 의지로 가까스로 생존해 아가미와 반짝이는 비늘을 얻게 된다. 호수에 홀로 남은 곤을 찾아낸 사람은 호수 주변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던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였다. 강하와 할아버지는 곤의 아가미와 비늘을 보고도 그를 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 이 소설은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만난 이들이 잠시 함께하고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찾아 각자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언제나 아름다운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다. △강하△곤△할아버지△‘해류’는 서로 사랑하기에 함께 살아가고 관계가 존속되지만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행복이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우울하다. 강하는 소중한 것을 혼자만 알고 싶어하며 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긴다. 이는 강하가 보통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해 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양가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나도 엄마를 하루에 몇 번씩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갖다버리고 싶었는데요. 게다가 곤, 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맘에 들기도 하지만 울컥 화도 나는 거죠.” 강하는 이처럼 곤에 대한 자신의 사랑 방식이 모순됐음을 자각하는 동시에 사랑에 대한 양가감정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강하가 올바른 방식으로 곤을 아끼고 사랑했다면 어쩌면 소설의 후반부에 곤이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곤은 계속해서 이들과 함께 살아갔을 것이고 홍수가 났을 때 강하가 할아버지 곁을 떠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중한 것은 숨기지 말고 적절한 방식으로 아껴줘야 한다는 것을 강하는 몰랐다. 사랑 뿐만 아니라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양가적이다. 우린 누군가에게 애정과 증오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고 그립지만 돌아가기 싫은 장소와 시간을 가슴 한 켠에 품은채로 살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좋으면 좋다고, 아쉬우면 아쉽다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관계든 매번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고서연 기자 06syk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