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Noah’을 보고] 우리에겐 소통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3년06월07일 01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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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두고 흔히 ‘초연결사회’라고들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의 도입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소외와 단절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SNS가 피상적인 교류만을 촉진할 뿐 사람과 사람 사이 의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는다며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영화 ‘노아(Noah)’는 이러한 SNS의 역기능적 측면에 대해서 천착하는 단편영화다. 

 

영화는 주인공인 ‘노아’의 컴퓨터 화면만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화상 통화를 통해 여자친구인 ‘에이미’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노아는 게임을 하거나 페이스북(Facebook)에 올라온 신규 게시물을 확인하며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노아의 무성의한 반응에 에이미는 서운함을 느끼고 이내 통화는 끊어진다. 에이미의 계정을 주시하던 노아는 에이미가 페이스북에서 ‘램쇼’라는 인물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노아는 에이미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며 에이미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해 ‘연애 중’ 상태를 ‘싱글’로 바꾸고 스스로 관계를 정리한다. 자신의 계정을 도용한 사실에 격분한 에이미는 노아를 차단하고 램쇼는 사실 동성애자였음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은 오로지 이미지뿐이란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관객은 물리적이거나 실체적 대상이 아닌 사이버공간에서 부유하는 가상적 형상과 표상들과만 조우한다. 심지어 주인공의 모습조차도 그러한 형태로 제시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는 모사품이 원본보다도 더 진실돼 보이는 효과를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이미지가 실재에 대해 우위성을 갖는 현상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미지가 도리어 실재를 규정하는 것이다. 노아가 에이미와 통화하며 에이미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끊임없이 확인하지만 정작 에이미와의 대화엔 전혀 집중하지 않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미지만이 전부인 공간에서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단편적인 정보들에 기반한 찰나의 판단만이 이뤄질 뿐이다. 영화에서 노아는 에이미가 램쇼와 바람을 피우고 있을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단정한 후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에이미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입장을 듣고 사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영화의 종반에서 노아의 확신은 오해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영화는 이처럼 초연결사회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을 소통이 부재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신랄하게 묘파한다. ‘좋아요’나 ‘댓글’ 등 가시적인 지표에 집착하고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 보여지는 ‘나’를 가공하는 모습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날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SNS를 완전히 벗어난 관계의 형태를 상상하긴 어려운 시대가 됐다. SNS가 관계의 논법을 정의하는 초연결사회에서 우리는 정말로 연결돼 있는가. 소통은 경청에서부터 시작된다. 타자의 언어와 요구에 귀기울이고 이에 응답하려는 욕망이야말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자 전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지를 넘어서 타자에 직접 가닿으려는 실천이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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