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 및 행사가 증가하며 학생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회의적인 반응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외대학보 1056호 기획기사에선 학생회비를 둘러싼 학생과 학생회간의 상반된 견해와 학생회비의 납부의 의의에 대해 알아봤다. 이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학생회비에 대한 인식 및 현황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자.
◆학생회비의 의의와 인식
지난 기사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학교 양 캠퍼스(이하 양캠)에서 학생 회비의 지출액과 사용처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언급하며 학생회비 납부율이 저조하다는 점과 학생회비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학생회간의 견해 차이를 보도했다. 학생회비는 학과별로 최소 8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이상에 이르며 일부 학과의 경우 입학시에 4년치 학생회비를 모두 납부해야 하기에 학생 개인의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엔 이전과 비교해 대면행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회비의 사용처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회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학생회비 납부에 대해 망설이는 내용의 글이 종종 게재된다. 일부 학생들은 부담스러운 학생회비 금액과 학생회비 납부가 학과 활동 다양화에 기여할지 의문스럽다는 이유로 납부를 거부하기도 한다. 또한 학생회비 납부에 따른 유의미한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MT나 개강총회 등과 같이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도 금액을 지불하면 참여할 수 있으며 시험기간 간식사업의 경우에도 간식을 수령할 수 있는 시간이 상이할 뿐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나리나(국제지역·프랑스 20) 씨는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과 납부한 학생 간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아도 학과생활 시 차별받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주세연(사회·미디어 21) 씨는 “처음엔 학과 총무 및 재정국 관리자가 전부 선배들이기에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눈치가 보일 것 같아 납부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학교생활을 해보니 학생회가 학생회비 납부 여부에 따른 차등을 두며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느껴져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학생회비 납부 여부에 따라 운영방침을 다르게 적용하는 정도는 과마다 상이한 것으로 나타난다.
◆학생회비 사용에 대한 감시와 노력
학생회비는 학교 운영 및 학생 복지에 관한 사업을 시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학과 학생회측에서도 학생들의 고충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1056호가 발행됐던 지난 2021년 마인어통번역과와 이탈리아어과는 코로나19 시기에 저조해진 학생회비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비대면 선배와의 만남△취업 및 유학 관련 설명회 개최△학과 특색에 맞는 굿즈 제작 등의 행사를 기획해 약 90%에 이르는 학생회비 납부율을 달성했다. 또한 글캠 마인어통번역학과는 지난 2019년 기준 25만원이었던 학생회비를 18만원으로 낮추고 신입생에게 학생회비 안내문을 송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학과 활동△불투명한 사용 내역△학과별로 상이한 납부금액 등으로 인해 학생회비를 내는 것을 꺼려하는 학생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처럼 학생들은 학생회비 납부를 결정할 때 금액뿐만 아니라 자신이 납부한 학생회비가 얼마나 유의미하게 사용되는지를 주로 고려한다. 일부 학과들에선 학과 회장들이 직접 나서서 분기별로 학생회비 사용처와 지출액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학과 활동은 학생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인 만큼 학생회는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고 학생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는 인식에서 기반한 것이다. 지난해 일부 학과들에서 재정감사 시기 학생회비 사적 사용 내역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가 됐던 △국제금융학과△산업경영공학과△세르비아 크로아티아어과△융합인재대학△일본어통번역학과△중국어통번역학과△ 체코·슬로바키아어과는 각각 사과문 및 입장문을 게재하며 이후 학생회비의 투명한 사용을 약속했다. 해당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학생들은 먼저 나서서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회 측에서도 학생회비를 투명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회비는 학과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종류 및 규모에 따라서 상이하게 책정되며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일부 학과들의 사례에 비춰 볼 때 학생회비가 납득할만한 방향으로 운용되는 한 학생들은 학생회비 납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학생과 학생회간의 견해 차이를 좁히고 상호간의 입장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이뤄진다면 보다 바람직한 학생회비의 납부와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린 기자 06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