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처음부터 현생 인류와 동등하지 않았다. 현생 인류는 처한 환경에 대응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고차원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보했다. 현생 인류와 원시 인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맞는 법과 내부적인 규율을 형성하며 자신들의 이익 혹은 집단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들의 사회적 유대감과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기에 협력과 협동으로 이어지며 민족이라는 개념 또한 파생시킨다. 이러한 과정 중에 신석기 시대의 농업 혁명이 시작되고 청동기 시대엔 사적인 소유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인류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수직적 계급 질서와 불평등에 직면하게 된다. 계급 질서는 피지배층의 불만과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불평등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도 그들에게 불평등에 대한 자각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맞을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이 ‘정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난 정치란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 한다.
집단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전쟁이다. 우선 전쟁이 가능하기 위해선 △국가△국민△영토가 수반돼야 한다. 국가는 한 부족·사회 공동체가 △규율△문화△법△전통 등과 같이 일정한 가치를 공유한다. 또한 일정한 영토에 거주하는 군집인 국민의 안녕을 영위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전쟁은 내부 분열로 인한 내생적 전쟁과 생존 혹은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려는 다른 국가들에 의한 침략적 전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술했다시피 전쟁은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국가의 주권은 곧 국민의 주권이기에 다른 집단과 국가로부터 국가의 주권이 위협받아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될 위기에 놓인다면 반드시 대응해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국가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상황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과 국민의 희생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며 여러 이상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는 점에서 한 국가를 ‘혼돈’의 상황으로 빠뜨릴 여지가 충분하다 때문에 누구든 전쟁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다. 정치는 한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갈등이 뒤따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합의에 다다르는 데에 있어서 갈등은 합리적이다. 갈등은 한 의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회 혹은 공동체의 지도자는 어떠한 선택을 하냐에 따라 그 집단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딜레마적인 요소가 상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있어 마침내 약간의 실질적 진보를 이룩했다. △기근△전염병△전쟁이 줄어든 것이 그 예다. 더구나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한편 오늘날 당연시 여겨지는 △국가와 국민의 주권△권리△자유라는 가치가 인류에게 대부분 자연스레 다뤄지고 심지어는 선택의 문제로 치부되는 데까지 많은 역사적 사건이 수반됐다. 역사는 흔히 옛날 문제라며 현시대의 잣대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고 또 어떻게 변화하며 그들이 정한 이상적인 국가의 틀을 완성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담론의 장을 형성하며 구상해야 할 것이다.
성민욱 기자 07minwoo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