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는 지난 2014년에 개봉한 우리나라의 노동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관객에게 강한 흡인력을 행사한다. 먼저 이 작품은 한 대형마트에서 일어난 부당 해고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노조의 의미조차 몰랐던 마트 직원들은 그저 성실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만 본사가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본사는 마트 직원을 용역 소속으로 바꾸겠다고 위협하며 회사와 마트 직원 사이의 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려 한다. 이들에게 용역 소속이 된다는 것은 곧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회사는 비정규직 직원이란 이유로 이들을 하대했고 마트 직원들은 계약기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줄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마트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장기간에 걸친 점거와 농성을 이어 나가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끊임없이 외쳤다.
영화를 보면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기 전부터 얼마나 하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마트 직원을 관리하는 정규직 직원이 이들을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초반부의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이들에 대한 정상적인 수당 지급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한 이후에도 회사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거듭된 협상 제안에서도 회사는 협상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고 오히려 이들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한다. 궁지에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론과 경찰도 이들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회사는 노조 지도부를 맡은 3명에게만 정규직 전환이란 유리한 제안을 내걸며 노조의 내부 분열을 유도해 와해시키려 했다. 그렇게 영화는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기업과 사회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운 장면만 연출돼 관객들은 해피엔딩과 같은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도 영화는 노동자가 경찰에게 물 폭탄을 맞으면서 시위하는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노동자 인권운동의 결말은 현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에선 노조의 저항 끝에 노조 지도부 3명이 해고 되고 나머지 직원은 다시 복직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득 수준이 나 직급과 무관하게 노동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의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더불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저조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미 우리나라 노동법에선 노조가 회사에 협의를 요구했을 때 회사는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부당 해고는 불법 행위임이 잘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국제노총(ITCU)이 지난해 전 세계 148 개국의 노동권 수준을 평가한 내용을 담은 ‘글로벌 권리 지수(Global Rights Index)’ 보고서에서 한국은 최하등급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엔 교사의 연이은 자살 사건으로 계속해서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들의 주장에 국가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우리는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동권 침해를 받는 노동자가 외면받지 않고 모두의 권리가 정당하게 보장받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고대해 본다.
김나림 기자 07nari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