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Asteroid City)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는 미국 남서부의 작은 사막 마을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배경으로 하는 가상의 연극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 연극의 제목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기존의 연극과는 다르게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전위극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 대부분은 가상 연극의 배우들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과학 경진대회를 하던 도중 이들은 외계인을 보게 되고 미 정부가 이들을 잠시 격리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가 연극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주 내용이다. 연극 배우들은 캐릭터에 몰입한 채 연기를 이어가지만 자신이 맡은 배역의 혼란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연출가에게 다가가 자신이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지 물어본 한 배우에게 연출가는 극 중 배우가 마치 연극 속 인물 그 자체가 된 것 같다며 ‘지금 이대로 좋으니 계속 연기하라’고 말하면서 배우의 연기를 극찬한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감독 특유의 촬영 기법이 잘 반영된 작품 이다. 대표적으로 대칭적이고 수직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고전 회화를 보는 듯한 영화의 미학적 연출이 웨스 앤더슨 감독만의 특징이다. 이 영화엔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에 몰입하도록 의도했던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처음부터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치 관객이 등장인물에 몰입하려고 할 때마다 이것은 연극일 뿐이라며 의도적으로 몰입을 배제하려는 듯 하다. 이는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메시지에 집중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교훈은 간결하다. 영화는 바로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낙관주의적 사고를 강조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라는 연극 속 인물에 몰입해 연기하던 배우는 연극의 난해한 전개와 등장인 물의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청년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 계속 해서 의문을 품는다. 박평식 평론가의 ‘화사하고 불안하고 능청스러운 낙관주의’라는 한 줄 평처럼 영화는 우리에게 불안하기도 하고 가끔 아름답기도 한 난해한 인생 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인 가족 인구는 716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버리고 허무함에 허덕이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영화의 울림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 크게 와닿는 이유이지 않을까?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