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가 개강한지 이제 어언 한 달이 돼 간다. 기온이 내려가며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캠퍼스는 북적이는 학생들로 활기를 띤다. 특히 ‘트로이카(TROIKA)’와 ‘퀸쿠아트리아(QUINQUATRIA)’ 같은 축제가 연이어 개최되면서 학생들의 모습엔 희색이 가득한 듯 하다. 한편 학보사실은 언제나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제안서 회의부터 최종적인 마감과 수정 작업에 이르기까지 기자들의 표정과 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한 호수가 무사히 발행될 때까지 기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글의 무게, 말의 무게를 자각하고 있는 까닭이다.
매 학기 수습기자를 선발할 때마다 외대학보의 정체성에 관해 누누이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곧 학보는 동아리가 아니라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학내 언론기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규정은 자연스럽게 학내 언론, 더 나아가서는 언론 일반의 본령에 대한 자문(自問)으로 이어진다. 외대학보가 우리학교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어떤 역할을 자처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에 관해 내가 내린 결론은 언론의 역할은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것’에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다. 물론 단순한 선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대안을 모색하고 담론의 장을 구축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학내 언론기구’로서의 외대학보에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외대학보는 더 나은 현실을 꿈꾸기 위해 언어를 수단으로 우리학교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문제를 가시화하고 조명하려는 실천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일’이 마냥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비협조적인 취재원과 밤을 지새우며 진행되는 마감 작업 등 한 호수의 발행을 이뤄내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또한 노력의 결실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이러한 난관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 낸다. 때때로 좌절과 희열을 느끼기를 거듭하면서. 그리고 내겐 그 모습이 가히 아름답고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1084호에선 우리학교와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우선 우리학교에서 이중·부전공은 전공심화 과정을 선택하지 않는 한 사실상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임에도 학과에 따라 이중·부전공생 전용 강의가 부재해 성적 평가에 있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중전공 변경 횟수를 최대 1회로 제한하고 있어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등 다양한 제도상의 허점을 갖고 있다. 학생의 선택권 및 학습권 강화라는 이중·부 전공 제도의 본래의 취지를 되찾기 위한 우리학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우리학교 공공인재개발원 운영 문제나 도서관 관내 자료 연체·훼손 문제로 인해 학생들이 경험하는 고충에 관한 내용도 다뤄졌다. 이러한 분석들이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학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원한다.
외대학보는 지금껏 그래왔듯 더 나은 현실을 꿈꿀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외대학보의 여정에 독자 여러분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송성윤 부장 06sys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