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보고] ‘한국의 헬렌켈러’를 위한 따뜻한 사회

등록일 2023년09월27일 22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돈만 쫒는 ‘재식’과 시·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 ‘은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식은 무명 가수를 데리고 다니는 소형 기획사의 대표로 어느날 재식의 회사 소속 가수인 ‘지영’이 실족사를 하게 된다. 지영이 자신에게 빚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재식은 죽은 지영의 집으로 찾아가고 이때 처음으로 은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러나 은혜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재식의 부름과 인기척에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식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홀로 집에만 있는 은혜는 오직 촉감으로만 식탁 위에 놓인 빵을 찾고 벽을 더듬으며 화장실을 찾아갔다. 이후 은혜의 집으로 집주인이 찾아오고 재식은 지영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고자 은혜의 보호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재식은 아동학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은혜에게 빵 대신 짜장면을 먹이고 은혜를 씻기려 했으나 이 모든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은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에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심했기 때문이다. 재식 또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다루는 것에 익숙치 않았기에 이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재식은 은혜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손끝으로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은혜에게 알려준 단어는 ‘아빠’다. 조그마한 은혜의 손바닥에 자음과 모음을 차근차근 써주면 은혜는 다시 재식의 손바닥에 단어를 쓴다. 재식이 이런 방법으로 어둡기만 했던 은혜의 세상에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면서 둘 사이의 유대감은 차츰 두터워진다. 재식은 은혜를 보육시설로 데려가지만 시·청각 장애인인 은혜는 그곳에서 진행되는 어떠한 교육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아직까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교육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시각 장애 아동과 청각 장애 아동 각각을 대상으로 한 수업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이 장면은 우리나라 시· 청각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엔 현재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법제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법안은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되고 있으며 이에 시·청각 장애인들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10월 시·청각 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적인 근거로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에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의사소통 보조기구 개발 및 보급△전문인력 양성 및 파견△지원 전담기관 설치 등에 관한 조항이 개정됐다. 그러나 독립 법안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엔 현재 약 1만 명의 시·청각 장애인이 존재함에도 이들을 위한 △교육△돌봄△의료△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원 체계가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영화는 약자들의 닿지 않는 목소리를 담아 사람들에게 시·청각 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알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될 수 있다. 한없이 깜깜하고 고요한 시·청각 장애인들의 세상엔 더불어 사는 이웃과 따뜻한 사회만이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사람들이 시·청각 장애인들에 보다 따뜻한 관심을 갖고 이들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길 고대한다.

 

 

김나림 기자 07narim@hufs.ac.kr

김나림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