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구소련의 해체 이후에도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민족주의를 명분으로 국제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48년 국가 수립 이후에 자신들의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체사상을 통해 1990년대의 탈냉전 흐름 속에서도 흔들 리지 않고 수뇌부에 대한 눈에 띄는 위협 없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의 주민들은 철저하게 사상이 세뇌돼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인정할 것을 맹목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를 제외한 다른 해외 국가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스스로를 자주적이라고 칭하며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점을 명분으로 삼아 북한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핵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무인 정찰기를 보내며 일방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한 바가 있다. 최근엔 북·러 정상 회담도 진행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진영논리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국가의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생에 직결되는 복지나 권력을 견제해야 할 기관들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총체적 난국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북한의 불안정한 체제와 더불어 지도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 결정을 고려할 때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허구성은 명백하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통의 민주주의 개념과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비록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서 조선을 비롯한 한반도에서의 역사를 함께 한 전적이 있더라도 세계는 급변화하고 다원화됐음이 자명하다.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북한은 고립됐으나 우리나라는 개방과 자율성을 내세우며 꾸준히 발전해왔기에 이로 인한 시간적 간극은 좁히기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와 한민족이라는 생각으로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태도를 견지한다는 점엔 언제나 의심의 눈총을 거둘 수 없다. 그들은 핵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 강대국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자신들의 정권의 주체성과 주권을 인정받으려 한다. 이런 상황이 심화될수록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이어지는 대남 도발과 핵실험과 같은 무모한 군사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 공조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더욱 쌓이게 된다. 결국은 북한이 경계하는 한·미 동맹은 더욱 굳건해져 연합훈련의 위상 또한 올라간다.
현재 북한의 지속적이고 위협적인 대남도발의 행태로 볼 때 그들은 우리를 소중한 한민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권 세습에 필요한 정당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민족적 정체성은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요소이자 일정한 영토 내에서 문화와 역사를 향유해 전통과 정통성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정치적 구성원들의 암묵적 합의다. 헌법상으로 민족이란 같은 △ 문화△언어△역사△혈통을 바탕으로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강한 연대감이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공동체를 말한다. 정치적 공동체에선 이성적이고 개인과 개인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담론을 통해 체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공동의 목표를 가진 단일 협력체로서 기능하는 국가를 형성한다. 더불어 공교육을 제공하고 여러 문화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국가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민족적 정체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성민욱 기자 07minwoo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