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후 그 어떤 일도 쉽게 풀린 적이 없던 것 같다. 특히 현재 융합인재학부에 재학 중인 나로선 다양한 과목과 분야를 배워나가는 과정이 벅찬 일상이었다. 외대학보 107기를 모집하는 글을 본 날도 내겐 어김없이 대학 생활에 치인 날 중 하나였다. 학과 공부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과 내가 대학에 와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득 안은 채 기숙사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여느 날처럼 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연히 외대학보 107기 수습기자 모집글을 보게 됐다. 마침 그 날이 신청 마감일이라는 걸 본 순간 난 주저 없이 지원서를 접수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적인 시작이었다고 회고된다. 무엇이라도 해보자란 마음과 글쓰기에 대한 내 열망을 녹여 낼 수 있는 활동이 되리라는 벅찬 기대로 외대학보에 지원하게 됐다.
첫 제안서 회의를 한 날 난 혼란에 빠졌다. 공들여 준비한 제안서가 반려당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는 과정은 꽤 마음이 아팠다. 첫 기사를 쓴 이래로 몇 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 퍼스에 위치한 모든 건물들을 돌아다니면서 낙후된 시설들을 찾아 헤맸다. 발로 뛰는 취재가 이런 것임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 양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과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일이었다. 취재뿐만 아니라 기사를 쓰는 과정도 정말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첫 기사가 발행되고 낙후된 시설물이 조금이나마 고쳐지는 모습을 본 순간 내가 그동안 믿어온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어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보람찬 경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람찬 마음 하나만으로 학보 일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을 꼼꼼하게 살아오지 못한 내가 글자와 정보를 일일이 신경 쓰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누군가는 내 기사를 읽으며 정보를 얻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기사를 쓰는 매 순간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고 좀 더 정확하고 체계적인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매번 새로운 주제를 찾고 학보 스타일로 글을 쓰는 것도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학보는 내게 항상 성장의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학보에 들어와서 종종 들은 말이 있다. 학보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글 스타일을 찾고 또 그 스타일을 잃어선 안된다는 말이다. 난 어릴 적부터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게 항상 즐거웠다. 내 생각과 내 상상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학보를 하면서 기사를 쓸수록 ‘내 스타일이 남아 있는 글일까?’ ‘내가 학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잘하고 있나?’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매주 이어졌다. 고민은 끝이 없었다. ‘어떤 기사를 써야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와 같은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나를 심적으로 힘들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하고 중요한 것은 여전히 외대학보는 내 성장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사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난 앞으로도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학우들과 학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사를 위해 주제를 찾아다니며 체계적이고 정확한 기사를 나만의 방식대로 쓸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난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