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멍뭉이’는 대형견종인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를 키우는 ‘민수’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수는 결혼 상대에게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의 강아지 ‘루니’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의 사촌형 ‘진국’은 민수를 도와 루니의 적합한 입양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땅한 입양자를 찾기 어려웠다. 루니를 맡아줄 입양자 후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진국과 민수는 도로 위에 여러 새끼 강아지들을 버리는 가버리는 사람을 목격한다. 이들은 버려진 강아지들을 유기견 센터에 맡기기 위해 갔다가 유기견 센터의 실태를 알게 된다. 예산 부족으로 닭장같이 좁은 공간에 갇힌 강아지들에게 먹일 사료가 부족했고 이들을 돌봐줄 인력 또한 많지 않았다. 유기견 수는 많은데 입양해 가는 사람은 없어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장애견이나 노견들뿐만 아니라 보호소 여건상 한정된 일정 기간을 채운 어린 강아지들은 안락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속 유기견 센터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는 이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나 또한 유기견 센터에서 지금의 내 반려견을 만났다. 그곳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어 영화에 등장한 유기견 센터와 현실에 존재하는 보통의 유기견 센터보다 쾌적한 환경인 편이었다. 그럼에도 유기견 센터의 입양 담당자는 “버려지는 개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센터에서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도 아직 유기견 센터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동물 학대가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면서 동물보호법 강화가 이뤄졌 다. 그러나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동물 비물건화법’의 개정은 늦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강화됐지만 처벌 수위가 기대만큼 높지 않아 아직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반발한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동물 비물건화법의 입법이 예고됐지만 2년째 개정되고 있 지 않다. 이번 해 9월에 시행된 동물보호법 제4조 2항에 의하면 국가가 동물의 적정한 보호 및 관리와 복지업무 추진을 위해 지자체에 필요한 사업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의 법적 지위가 필요하며 동물을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가치 제고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동물권 수호에 선두적인 독일은 반려동물의 개별적인 매매를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할 땐 독일 정부가 허가한 동물 보호소에서만 입양할 수 있을뿐더러 만 18세 이상의 연령의 시민만 주인으로 등록될 수 있다. 또한 독일은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허가를 쉽게 내리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지 까다로운 심사 과정과 수차례에 걸친 사전 교육 이후 최종 시험을 통과해야 허가를 내준다. 이는 모두 사람의 무책임으로 인해 버려지는 유기견의 양산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무분별한 동물 매매와 유기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견주에게 생명의 책임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게 제도적으로 단순한 입양 과정 때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얼마나 동물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몸소 보이고 시민 개인의 책임감과 의식을 함양해야 할 때다.
김나림 기자 07nari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