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3개 학보사(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연합취재단(이하 동대문구 학보사 연합취재단)은 △이문동△전농동△청량리동△회기동△휘경동을 중심으로 동대문구 3개 대학가 자취촌의 치안 문제부터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돼야 할 것들을 살펴봤다.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 현황
동대문구는 타 지역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일까. 동대문구 생활안전 지수는 2등급으로 3등급이었던 지난 2018년 이후로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1년간 5대 범죄 발생 현황을 밀도분석해 10등급으로 표현한 「범죄주의구간」을 살펴봤다.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의 경우 범죄 중 성폭력과 폭력 범죄 발생률이 높았으며 성폭력의 경우 학교 인근 도로부터 회기역 인근 도로까지 포함해 주변 골목마다 낮은 등급을 보였다. 외대앞역 큰 길가엔 치안안전시설이 전무했으며 8등급 거리가 있기도 했다. 청량리의 경우 8~9등급 거리가 있었으며 많은 학우들이 이용하는 청량리역의 경우 범위가 더 넓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대학가 자취촌이 치안 문제를 호소하는 이유는 뭘까. 많은 대학이 위치한 강북은 거주지가 들어오고 난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길이 생겼다. 남진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이하 남 교수)는 “도시가 계획된 후 건물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고 길을 확보하다 보니 골목길이 많고 구불구불한 환경이 됐다”고 설명한다. 대학가 주변에 골목이 많고 으슥한 것 또한 오래전 대학이 자리를 잡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모여 대학가 자취촌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후문은 큰길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적어 조용하고 골목마다 가로등이나 보안 등이 없어 조도가 낮다. 경희대와 우리학교 정문 자취촌은 대학로와 붙어 있어 취객 유동인구가 많다.
동대문구는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구축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다. 대학가인 △청량리동△휘경동△회기동을 중심으로 파악해본 결과 범죄예방환경설계 구간이 존재하나 이문동엔 CPTED 구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문동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은 치안과 관련해 더욱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 문제점
△경희대△서울시립대△우리학교 135명 학생을 상대로 ‘동대문구 치안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1%의 학생이 거주하는 곳 주변의 치안 정도를 3점 이하(5점 만점, 보통~매우 낮음)으로 응답 했다. 이유로는 △낙후된 동네 분위기(82.6%)△어두운 길(62.3%)△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40.6%)△CCTV 부재(20.3%)△여성 안전 귀갓길의 부재(10.1%)를 꼽았고 1인 응답으로 △묻지마 범죄△노숙자 상주△순찰 부족이 뒤를 이었다.
국가통계포털에서 발표한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총 1,518건이다. 서울 25개의 자치구 중 13번 째로 높은 수치다. 폭행이 924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성폭력이 26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동대문구는 지역 내 대학들이 밀집해있다. 이에 따라 동대문구의 1인 가구 수도 지난 2021년 기준 65,290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9번 째로 많은 수준에 해당한다.
서울특별시 전체의 평균 1인 가구 수가 59,596개인 점에서 동대문구는 상대적으로 많은 1인 가구 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구도심이라는 특성상 재개발이 막 이뤄지고 있거나, 이뤄질 예정이기에 주택가와 공사장 등 우범지대가 많다. 실제로 동대문구 갑 지역에서만 24군데가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런 특성들을 감안해 동대문구는 경찰서 관할의 생활안전협 의회와 자율 방범대 및 구청 관할의 치안 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질의한 결과, 실질적으로 폭행·성폭력 등 범죄에 피해를 입은 학생은 없었으나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취객과 관련한 답 변이 주를 이뤘다. 김보민(경희대, 경영학 23) 씨는 “새벽에 누군가 자취방 도어락을 열고 문을 열려고 한 적이 있다”며 “밤에 귀가할 때 길에 누워있던 술 취한 남성을 봤었는데 도어락을 열려고 했던 사람 이 내가 목격한 그 취객이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손승민(번 역·태국어 20) 씨는 “이문동에서 자취하며 서양인 취객들이 싸우는 걸 목격해 위협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김하형(아시아·마인어 21) 씨 는 “밤 11시쯤 외대앞역 넘어에 거주해 근방을 걸어가는데 근처 호프집에서 취객이 싸우는 걸 목격했는데 근방에 순찰차도 없어서 더욱 불안했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낙후된 동네 분위기와 조도에 대해 언급하는 학생도 존재했다. 생활안전지도의 노후건물정보에 따르면 회기동의 30년 이상 노후 건물 수는 705개다. 전체 건물 수 대비 30년 이상 노후건물의 비율은 61%에 달한다. 이문동과 휘경동의 전체 건물 대비 노후 건물 비율은 각각 65%, 59%로 회기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청량리동과 전농동의 경우 각각 전체 건물의 71%, 70%가 노후 건물인 것으로 파악돼 상대적으로 높은 노후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동대문구 3개 학보사 연합 취재단은 치안과 관련한 학생들의 실제 사례를 취재했다. 임혜안(사회·행정 22) 씨(이하 임 씨)는 “거주 하는 신이문역 근처는 가로등이 많지 않아 밤에는 어두운데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거나 앉아 계시는 분들이 꽤 있다”며 “중국어나 외국 어로 대화하는 분들을 보면 괜히 공포감이 들고 근처에 사는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의견이다”고 말했다. 방예현(서울시립대, 국사 22) 씨는 “후문의 경우 골목골목 어두운 길이 정말 많다”며 “골목마다 차이가 심한 편이라 큰길뿐 아니라 골목의 조도에도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의 나미자토 카미유 씨는 “근처에 아예 음식점 및 술집 등도 없어 유동인구 자체가 적고 골목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너무 어둡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안유진(경희대, 일본어학 19) 씨는 “친구가 밤 12시쯤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회기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어떤 사람이 계속 내려다봐서 도망쳤는데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쳐서 굉장히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외대 앞 베스킨라빈스 골목을 통해 새벽 4시쯤 집에 가고 있었는데 마주친 한 남성분이 이상형이라고 번호를 달라고 했다”며 “싫다고 했는데 그럼 손이라도 잡아 보자고 해서 도망쳤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렇듯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은 개선돼야 할 점이 다수 존재한다. 최민호 회기파출소 경위는 “회기동에선 순찰차 2대가 회기동 곳곳을 24시간 순찰하고 있다”며 “얼마 전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을 땐 회기역을 중심으로 집중 순찰을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농 파출소 측은 “일상적으로 112순찰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교혁 이문파출소 경장에 따르면 “치안 관련 민원에 관해 이문동의 어두운 곳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순찰을 돌아달라는 민원이 많다”며 “뿐만 아니라 취객이나 수상한 사람이 있어 순찰을 요구하는 민원과 가로등이 없는 장소에 순찰을 돌아달란 민원들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문 파출소에선 파출소 구성원들이 교대를 통해 이문동 일대를 24시간 계속해서 순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 후문 구역엔 인근 파출소가 없다. 휘경2치안센터 또한 도로 문제로 문을 닫은 상태다. 동대문구 학보사 연합취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근방에서 순찰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순찰 반경을 조금 더 확대해 현재보다 순찰을 더 빈번하게 많은 곳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립대 △정문△쪽문△후문 간의 △유동인구△인프라△조도의 편차가 크다. 서울시립대 후문과 정문의 경우 치안센터가 없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치안을 공적시설이 아닌 사적시설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분 역시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 이문동의 경우 외대 후문과 정문의 자취촌은 모두 큰길에 비해 골목길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로등은 넓은 간격으로 설치 돼 있고 조도가 낮아 치안과 관련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또한 이문동의 골목길 바닥 조명장치의 부재 역시 해결돼야 한다. 또한 △ 청량리동△휘경동△회기동엔 범죄예방환경설계의 구간이 존재하지만 이문동엔 이와 같은 구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동대문구 학보사 연합취재단은 전문적인 제언을 구하기 위해 남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 교수는 치안이 좋은 환경 조성에 대해 “골목길엔 소리 감지가 가능한 CCTV 설치가 필요하며 이로부터 일어나는 범죄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조도에 대해 관리를 해 밝은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가 인근 재개발에 대해선 “소규모 주택 정비 지구라는 법이 새로 제정됐고 대학가 주변도 도시형 생활주택과 빌라 등이 난개발되지 않도록 도시 계획적으로 △공원△보행로△안전한 등교길을 확보하고 개발을 허가하면 도시계획 체계가 구축돼 주변이 쾌적해질 것이다” 고 제언했다. 또한 “대학가 주변도 지구 단위로 계획을 해야 한다”며 도시 계획적으로 기반 시설을 먼저 확보하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치안센터와 같은 국가나 지자체의 시설 공백으로 치안이 저하되는 현상이 존재하고 이에 24시간 운영되는 빨래방과 편의점이 치안을 지지하고 있는 역할을 하는 실정이다. 이에 시설 공백을 사설업체나 개인의 노력을 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남 교수는 “지역주민들은 위한 편의시설을 국가나 지자체가 강제로 설치할 수는 없다”며 “어두운 공간이나 음습한 공간의 해소를 위해 개인 민간이 운영하는 점포를 장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즉, 과거 치안 문제는 주체적 공공성이 중요했지만 현 시대엔 내용적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대학 내 학생자치 순찰단에 대해 “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자율적인 순찰도 있지만 권역이 넓기에 학생의 참여만으론 부족하다”며 “대학가 주변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순찰에 있어 동대문구 주민자치단체나 자치구와 협력할 것을 제언한 것이다. 또한 대학 경계 내에 일정 부분 방범을 주민자치 활동 등에 맡기고 학교 시설 이용을 허용해주거나 학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행정 거버넌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대문구 학보사 연합취재단은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요구를 하기 위해 동대문구 의회 박남규 의원(이하 박 의원) 을 인터뷰했다. 박 의원은 “작년 11월 동대문구 청년기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통해 ‘청년들의 사회안전망 강화’ 기준을 만들었다”며 “기준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년기본조례’ 제16조(청년의 주거안정 등) 3항을 살펴보면 ‘구청장은 청년의 안전한 주거환경, 청년 주거 밀집지역 내 범죄예방 및 보행환경 개선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꼼꼼하게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의 연합취재를 통해 한 학교에서 취재할 수 있는 수준보다 방대한 양을 체계적으로 취재했다. 이에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 실태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동대문구 대학가에선 실질적으로 큰 범죄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 그리고 학생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이에 △동대문구 소재 대학교△동대문구 주민△동대문구청이 머리를 맞대 더 완벽한 치안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즉 범죄예방 환경설계의 약칭으로 도시계획 및 건축설계 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최소화 시키는 일련의 노력과 과정.
김동희 기자 kdh0626@khu.ac.kr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이지수 기자 ssu1404@khu.ac.kr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