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번 학기 마지막 마감이다. 외대학보 수습기자 추가모집에 합격해 첫 마감에 투입된 게 아직도 불과 어제 같은데도 그렇다. 선배 기자들이 늘 하곤 했던 “학보를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새삼 체감되는 지금이다.
첫 마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직도 수습기자 시절 편집장의 말에 충격을 받았던 그 순간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저희 마감 작업은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저녁 6시까지 진행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첫 마감을 마무리한 이후 처음으로 기획 기사를 쓰게 됐다. 첫 기획 기사 작성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사 하나를 탈고하는 데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밤을 새워 기사를 써 나가며 학보 활동을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란 걱정과 고민도 들었다.
내 첫 기획 기사 주제는 교강사 부족 문제였다. 사실 처음엔 해당 주제로 취재하기 어려울 것 같아 맡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권유로 해당 기사를 쓰게 됐고 결국 취재를 성공적으로 마쳐 당당히 1면 커버에 실렸다. 학보를 하며 처음으로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지난 1086호에서 내가 다룬 자치공간 운영 문제였다. 해당 주제 역시 취재가 매우 까다로웠다. 자치공간의 배정 및 운영 주체와 관련해 공간을 일일이 전수조사해야 했고 취재 기간이 총학생회 선거 기간과 겹친 탓에 학생회의 취재 협조 또한 기대하기 어려웠다. 학교 기관 또한 업무 및 공간별로 운영 주체가 각각 달라 명확한 답을 받기 힘들었다. 취재가 점점 어려워지자 이번 취재가 실패 하지 않을까 두려워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확보한 단서로 집요하게 취재하며 문제에 대해 파고 들어가 결국 성공적으로 해당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며 매우 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한편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기자로서의 일을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언론 인을 진로로 계획하고 있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장차 어떤 기자가 돼야 할지 이 기회를 통해 진지하게 숙고하면서 언론인이라는 내 진로는 한층 더 확고해졌다. 이렇게 기사를 쓰고 마감을 버텨가며 점차 학보 활동에 익숙해졌고 이젠 마감이 없는 것이 허전할 정도로 어느덧 학보에 스며들게 됐다. 외대학보가 당당히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 것이다.
다음 학기엔 부장이라는 매우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됐다. 선배 기자들이 내게 길을 이끌어준 것처럼 이제 나도 다음 학기부턴 후배 기자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모쪼록 잘 해낼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