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76년만의 수교,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등록일 2024년02월28일 17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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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주 유엔(UN) 쿠바(Cuba) 대표부와 우리나라 대표부는 외교 공한을 교환하고 국교를 수립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된 이래 76년만에 쿠바와 외교관계를 구축했다. 이번 수교에 대해 Δ우리나라와 쿠바의 관계 및 수교 현황Δ이번 수교의 영향Δ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우리나라와 쿠바 및 관계와 수교 현황

쿠바는 카리브(Caribe) 지역에 위치한 섬나라다. 우리나라와 쿠바가 본격적으로 외교를 시작했던 시기는 20세기 초반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쿠바로 건너갔던 것이 그 시초다. 그 후 1959년 쿠바 혁명으로 공산 정권이 쿠바 내에 들어서기 전까지 쿠바는 우리나라와 서로 군사 물자를 지원할 만큼 친밀한 관계였다. 그러나 피델 카스트로(Fidel Alejandro Castro Ruz) 쿠바 전 총리(이하 피델 전 총리)의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우리나라는 1959년 정식 수교를 맺기 직전 쿠바와의 교류가 중단됐다. 이후 쿠바는 우리나라 대신 북한과 국교를 맺었다. 그리고 북한의 의사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국제 행사에 대부분 불참한다. 그러나 냉전 체제가 점차 무너지며 쿠바와 우리나라의 외교관계는 서서히 개선된다. 또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피델 전 총리의 사후 우리나라가 쿠바의 홍수 피해 복구 금액을 지원하는 등 여러 교류가 진행됐다. 그러던 와중 지난 14일 주 유엔 쿠바 대표부와 우리나라 대표부는 외교 공한을 교환하고 국교를 수립하며 우리나라 정부 출범 76년 만에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쿠바의 193번째 수교국이자 대사급 외교국이 됐다.

 

이번 수교는 삼엄한 보안 속 비밀리에 진행됐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과테말라(Guatemala)에서 쿠바의 외교차관과 접촉했고 같은 해 9 월엔 적극적으로 양국 간 수교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완 주멕시코 우리나라 대사도 비공개로 쿠바 측과 여러 번 접촉해 우리나라와의 수교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와 쿠바 사이의 수교 과정에 대해 쿠바 측 역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최대한 비밀리에 진행하는 외교 전략인 ‘로우키(low-key) 전략’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쿠바와의 수교 작업을 진행하던 중 지난 7일 황준국 주 유엔 우라나라 대사는 페날베르 포르탈(Peñalver Portal) 쿠바 대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수교 관련 회담 일정을 잡았다.

 

이와 같이 북한의 방해 공작과 반발을 의식한 우리나라 정부는 보안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먼저 지난 13일에 진행된 정기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 소식이 국무위원들에게 보고됐는데 그전까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보고 받은 바가 없었다. 더불어 해당 수교 소식이 지난 14일 수교 성명 발표 당일까지 보도되지 않았으며 미국에도 수교 성명 12시간 전까지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와 쿠바 사이의 수교는 무사히 이뤄졌다.

 

◆이번 수교의 영향

우리나라와 쿠바의 이번 수교는 북한에게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주었다. 최근 북한은 쿠바에 여러 차례 고위 인사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쿠바 혁명 65주년 당시 축전을 보낼 만큼 쿠바와의 외교 관계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으며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로 Δ남예멘Δ덴마크Δ리비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의 대사관이 북한에서 축소되고 철수하는 현 상황을 북한 정부가 위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 정부 측은 쿠바와의 외교 관계가 중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쿠바와 수교한 것은 북 한의 외교적 입지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쿠바는 동맹국 수준에 준하는 국가다”라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노력할 때마다 북한은 쿠바에 적극적으로 거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우리나라와 수교를 했다는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이번 수교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쿠바와의 수교를 통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켜 안보적 이득을 취했다.

 

이번 수교를 통해 얻게 될 경제적 이익도 존재한다. 권병안 한쿠바교류협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굴지의 대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또한 쿠바나(Cubana) 항공 등 쿠바 국적 항공기가 우리나라 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이는 우리나라와 쿠바의 인적 교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쿠바 정부는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와의 수교를 추진하고 있기에 향후 우리나라가 쿠바와 지금 보다 더 많은 교류를 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쿠바에 있을 경우 우리나라 정부의 도움을 받기도 수월해 졌다. 쿠바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2만 명 내외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수교 이전엔 쿠바 현지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문제를 겪을 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멕시코에 위치한 우리나라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주 쿠바 우리나라 대사관을 방문하면 손쉽게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쿠바 현지인들 역시 마찬가지로 도쿄에 위치한 쿠바 대사관이 아닌 서울에 있는 주 한국 쿠바 대사관을 통해 양질의 영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북한 정부는 수교 성명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대한민국은 자국의 외교관계를 결정할 주권이 있다”며 쿠바와의 수교 사실에 대해 존중의 뜻을 표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 입장은 발표하고 있지 않다. 스테판 뒤자릭(Stefan Dujarric)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번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우리나라가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쿠바와 수교하게 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쿠바 교민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쿠바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정호현 교장은 “현지 교민들이 우리나라 대사관을 통해 영사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우리 나라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쿠바 관광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의견이 늘어남과 동시에 여행사들 역시 쿠바 관련 여행 상품을 늘리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수요가 충분하고 입국 규제가 완화되면 쿠바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할 예정이다”며 “쿠바를 연계한 중남미 여행 상품은 이미 판매하고 있으며 단독 일주 상품은 상반기 중에 재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는 Δ경제적Δ문화적Δ안보적으로 큰 이익이 동반 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교 이후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다수 남아있다. 먼저 미국의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신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STA는 미국과 체결한 무비자 입국 전자 여행 허가서다. 해당 허가서가 있으면 미국에 입국할 때 무비자로 입국하거나 비자 관련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미국이 아직 쿠바를 향한 경제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한 번 이라도 쿠바에 입국한 기록이 있다면 평생 ESTA 신청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아무런 부담 없이 쿠바에 입국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또한 현재 신냉전이라고 부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쿠바의 국가체제 성격이 일부 상이하고 쿠바는 아직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만큼 이번 수교에 안주하지 않고 쿠바와의 관계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를 보전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준형 한동대학 교 교수(이하 김 교수)는 “신냉전 속에서 향후 Δ러시아Δ미국Δ중국 중 누구도 한동안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과거 냉전 시절과 같은 흑백 논리로 국제 정치를 바라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공간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다” 며 “우리나라는 일종의 평화적 중재자 역할을 하거나 가치외교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정세가 빠르게 다각화되고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유연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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