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의 저자인 루쉰(魯迅)은 중국 문학의 근현대기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Δ고독자Δ고향Δ아Q정전 등 다양한 명작을 발표해 문학계의 전설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비유적 표현을 통해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고발에 앞장서며 현상 타파를 위한 투쟁을 독려하고자 한다. 이러한 그의 소설은 현대인들이 비판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광인일기는 액자식 서술을 취하고 있는데 액자 밖의 인물인 ‘나’가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낸 형제의 병문안을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제 중 병에 걸린 동생은 지금은 완치돼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후 ‘나’가 동생이 병에 걸려 광인이었을 시절에 쓴 일기를 읽으며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광인은 과거 고구(古舊) 선생의 장부를 발로 찬 사건으로 인해 복수를 당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마을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을 매우 두려워하며 생활한다. 이러한 광인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그를 서재에 가뒀고 그는 Δ과거 한 소작인이 마을 사람들의 간과 심장을 튀겨먹겠다고 한 일Δ마을의 여인들이 아들에게 ‘몇 번이고 깨물어버리겠다’라며 으름장을 놓은 일Δ형이 ‘논설은 남을 비난만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준 일 등을 떠올리며 ‘인간들은 모두 식인을 하는 존재다’란 결론을 내린다. 이후 그는 연설을 통해 식인행위를 비판하고 주변인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아직도 사람 고기를 못 먹어 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해당 작품에서의 광인은 당대 봉건 의식에 잠식당한 중국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이란 것이 주류의 해석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 속에서 광인이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소설에서 광인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식인을 하고 있음과 동시에 식인 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식인이라는 행위를 거부하는 자신만이 정상이며 그 외 사람들은 모두 비정상이라는 아시타비적 사고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식인이란 극단적인 행위를 상정하고 있으나 식인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면 일상적인 사회 문제에서도 통용될 수있다. 인구 수 만큼 다양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본인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본인이 주변인들과의 의견 차이로 마찰을 빚게 될 때 어쩌면 스스로가 점점 광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