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71호에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깡통전세사기’에 대한 기사를 통해 청년들의 위협받는 주거권을 조명한 바 있다. 정부에서 전세사기에 대한 여러 대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회기동 주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논란을 일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의 문제의 현황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전세사기 문제의 현황

최근 회기동 주변에서 공부를 위해 자취방을 구하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량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된 피해는 건물 주인의 가족인 김씨 일가가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며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이 계약했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전세사기에 비해 그 규모와 피해면에서 심각하다. 김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의 수만 80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 금액도 적지 않은데 피해자 인당 최소 5,500만 원부터 최대 2억 원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피해를 당한 대상이 주로 대학생과 같은 젊은 청년 세대이기에 피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것도 이번 사태의 쟁점이다. 집을 구하기 위해 Δ고금리 대출Δ디딤돌 대출Δ부모님과 지인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 중 일부는 대부업체로부터 독촉 전화까지 받을 정도로 경제적·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김씨 일가의 사기 수법은 일명 깡통전세라고 불린다. 김씨 일가는 은행에 근저당 대출을 받아 회기동 주변 건물을 매매 및 신축한 후 부동산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소개했다. 이렇듯 동대문구청 부동산과에선 김 씨 일가가 무리한 대출로 소유한 물건*이 130채나 조회됐다. 김씨 일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부동산 투기를 진행해 건물에 세입자를 입주시킨 후 수도세조차 납부하고 있지 않다가 최근 입주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경매에 넘겨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김씨 일가 중 윤 씨가 소유한 건물이다. 윤 씨의 명의로 된 건물 역시 이번 전세사기에 이용됐다. 김씨 일가는 피해자들에게 윤씨의 위임장을 보여주며 윤 씨의 건물을 고령인 윤 씨 대신 그녀의 아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해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피해자들은 고심에 빠졌다. 이전에 김씨 일가에서 보여준 위임장의 효력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령의 윤 씨가 사망할 경우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 자체를 상실할 수 있어 피해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김씨 일가의 건물들은 현재 가압류된 상태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전세 사기가 발생할 경우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해 전세금 반환을 위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법령은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남았더라도 부동산 경매 등의 요인으로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 그 효력이 발생해 전세금 반환을 위한 법적 권리를 세입자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한계는 존재한다. 세입자의 계약 해지 요청을 임대인이 확인해야 해지 요청에 따른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데 임대인이 확인을 거부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사안은 윤 씨의 건물이다. 최악의 경우 고령의 윤씨가 사망한 후 김씨 일가에서 상속을 포기한다면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환급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길 시 세입자는 상속재산관리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상속자가 없어 국고로 귀속된 재산에 대해 법원에서 임명한 관리인이 국가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 후 세입자가 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이나 협상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가정 법원에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을 신청하면 관리인이 지정된다”며 “세입자가 관리인과의 협상을 통해 보증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만약 관리인이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다면 보증금을 받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전세 계약 전 임대인이 과도한 빚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해당 부동산에 △가등기담보권△가압류△경매개시결정등기△압류△저당권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번 전세사기 사건은 회기동 주변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다. 증권사 출신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ShukaWorld)’는 전세사기에 대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청년기의 자금 축적 기간 중 수년을 날려버릴 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사고 후유 장애를 남기는 전세사기는 심각한 범죄라고 언급했다. 또한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박탈하고 경제권을 축소시켜 장차 노후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은 물론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서도 전세사기는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할 것이다.

*물건: 물건(物件)은 유기체 및 전기 기타 관리가능한 자연력을 의미하는데 크게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뉜다.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