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 시민 부담과 탄소 배출을 모두 줄이기 위해

등록일 2024년03월27일 17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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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비용이 일반 기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됐으며 오는 7월 추가적으로 150원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수조 원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으나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지며 반발이 일었다. 이후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나 국토교통부의 ‘K-패스’ 등 다양한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이 시행 및 검토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여러 문제점 또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최근 공개된 다양한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의 △시행 배경과 현황△교통비 사업에 대한 반응과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시행 배경과 현황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서울시 대중교통은 수조 원의 적자 문제를 겪고 있었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거치며 사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줄어든 반면 차량 소독 및 방역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지하철 약 9,200억 원, 버스 약 5,4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운영사는 광고나 병기역명 판매 및 상가 임대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에 대한 공익서비스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제외됐다. 또한 지속적으로 고령화와 물가 상승이 진행되자 결국 서울시는 2015년 이후 8년간 동결했던 지하철과 버스 운임을 2023년 각각 150원과 300원 인상했으나 운임 인상 후 많은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지난 1월 27일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출시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2,000원에 서울지역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으로 서울시 공영자전거 ‘따릉이’ 이용권 포함 시 월 6만 5,000원에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대중교통 사용을 장려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러한 도입 취지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하 오 시장)은 “대중교통의 불편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분들을 대중교통 수요로 유입시키는 정책 효과를 목표로 삼았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통해 연간 약 3만 2000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선 기존에 시행되던 ‘알뜰교통카드’의 후신으로 K-패스를 공개했다. 오는 5월 시행 예정인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마일리지를 적립해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상우 국통부 장관은 “대중교통비의 연이은 인상으로 인해 국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매우 커졌다”며 “특히 청년과 서민층의 부담은 더 큰 상황이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백승록 국토부 광역교통경제과장 또한 “교통비 인상에 따른 이용자 부담도 낮추고 대중교통 이용도 보다 활성화하고자 했다”라고 덧붙였다.

 

K-패스를 기반으로 경기도와 인천에선 각각 ‘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를 공개했다. 월 60회에 한해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K-패스와 달리 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는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다. 또한 이용액의 30% 환 급 대상인 청년 연령을 만 39세까지로 상향했다.

 

◆교통비 사업에 대한 반응과 문제점

다양한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시행되며 사업마다 조건과 혜택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달마다 일정 금액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인 반면 K-패스는 마일리지 적립 후 다음 달에 환급받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각 제도의 조건과 혜택이 상이해 어떤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사용 가능 노선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이다. 민영철도인 신분당선에선 이용이 불가하며 서해선에서도 김포공항역을 제외하면 이용할 수 없기 떄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용이 가능한 노선임에도 서울 외의 지역에선 사용할 수 없거나 승차 시에만 사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사용 가능 노선 및 구간의 확장을 위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시는 경기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경기도는 서울과 가까운 시군에만 시행하는 사업에도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경기도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경기도 31개 시군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는 도민 혜택 증진 차원에서 각 시군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라며 반발한 바 있다. 결국 경기도 도입은 미뤄지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은 ‘끊임없는 통합 노력을 기울여 혼란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운임을 인상한 후 곧바로 할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이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후동행카드 시범 사업은 서울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난 1월 23일에 시작됐다. 할인 정책을 시행할 예산으로 운임 인상을 막을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이 다음 달에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대비한 정치적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한쪽에선 요금을 올리고 한쪽에선 기후 문제를 내걸며 할인 정책을 만드는 게 모호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재정 문제만 생각하면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할 수 없다”며 “기후동행 카드는 재정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대중교통비를 할인하는 효과 외에 자가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등 부수적인 사회·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대중교통 사용을 장려함으로써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 혼잡을 더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김포골 드라인의 혼잡도는 241%로 승차 인원이 정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 및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실신하는 승객들이 발생하는 등 과밀화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 없이 대중교통 사용을 장려해 혼잡만 더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이미 대중교통 정기권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21년 10월 오스트리아(Austria) 정부는 ‘기후티켓(KlimaTicket Ö)’을 출시했다. 연 1,095유로로 한화 약 159만 원에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지만 하루에 3유로 수준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다.

 

독일은 ‘9유로 티켓(9-Euro-Ticket)’을 도입해 2022년 6월부터 3개월간 시행한 후 지난해 5월 ‘도이칠란트 티켓(Deutschland-Ticket)’을 도입했다. 도이칠란트 티켓은 월 49유로에 독일 전역의 단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폴커 비싱(Volker Wissing) 독일 디지털교통부 장관은 “도이칠 란트 티켓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라며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운송회사협회(VDV)에 따르면 독일은 9유로 티켓을 통해 이산화탄소 약 180만 톤가량을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독일 정부는 도이칠란트 티켓 제도에 연간 15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룩셈부르크(Luxembourg)는 2020년 3월부터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했으며 헝가리(Hungary) 또한 ‘49유로 기후티켓’ 판매를 시작하는 등 많은 유럽연합 국가들이 대중교통비 지원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 맞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을 출시했으며 그 중 하나인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출시 5일 만에 실물 카드만 1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러 한계들이 지적되고는 있지만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정식 출시 전까지 조금씩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을 통해 기후를 지키며 동행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백승준 기자 08seungjun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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