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이란 어떤 공간인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방은 담소와 정이 공존하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대한 의견이 공유되는 공간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학보란 어떤 공간인가? 서로에 대한 관심사 공유는 물론 우리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조사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래선지 학보사실에서 함께 밤을 새며 마감하는 날엔 그곳이 하나의 작은 다방과 같단 생각이 든다.
처음 학보사에 들어왔을 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언론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전공과 무관한 영역이었고 특히 필력이 좋은 동기들로 인해 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그들이 찾아오는 제안서 주제에 비해 내 제안서는 초라해 보였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힘들었고 생전 해보지 못한 글의 꼭지 구성을 잡아 나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지난 1년간 단과대학 학생회장직을 수행하며 나빠진 건강으로 인해 혹여나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실제 교육이 시작된 후에는 이른바 외대학보식 서술에 적응하는 것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왜 반점 사용을 지양하는지 그리고 ‘Δ’라는 기호는 왜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운 것인지 묻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고 교재를 정독할수록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거북이 같은 속도로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당장의 성과에 기뻐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으며 조금씩 경험치를 쌓아가는 이 순간은 내게 큰 영광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마감이 끝난 뒤에는 이러한 두려움들이 큰 용기로 바뀌었다. 학교의 문제를 직접 취재하고 내 문장으로 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지친 내 삶에 또 다른 활력소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내 기사가 실린 학보를 읽은 후 지인들이 보인 긍정적인 반응은 나를 칭찬에 기뻐 춤추는 고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혹자는 격주에 한 번씩 밤을 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지 물어본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내 문장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 해나가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활동이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한 면의 기사는 인스턴트 커피(Instant Coffee)와 같은 단순한 맛이 아닌 천천히 오랜 시간 추출한 콜드브루 커피(Cold brew Coffee)의 진한 맛이 난다. 다른 동기들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매주 다양한 학내 사건과 사회문화 주제를 다루며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각자의 기량을 뽐낸다. 각 기사들이 풍기는 진하고 향긋한 냄새가 한데 어우러질 때 학보는 다방이 된다.
이제 세 번째 조판을 앞둔 나로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였다’를 ‘했다’로 바꾸는 것이나 기사에 사견을 배제하는 등 고쳐야 할 습관은 차고 넘친다. 여전히 들여쓰기나 문장부호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과 제안서 주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옛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나에게 천부적인 글쓰기 능력은 없다. 오로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느리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올곧게 나아가며 학보에 맞는 기자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