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인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연 후자 쪽이다. 학창 시절 학교에서 장래 희망 하나를 적어오라고 할 때마다 어떤 직업을 써가야 할지 손가락을 접어가며 고민해야 했다. 하고 싶은 일도 좋아하는 일도 많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 건지 딱 하나만 골라 장래의 희망으로 품고 살라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다른 전공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다시’ 대학에 오게 된 것도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다시 온 대학에서 외대학보 기자 모집 공고를 봤을 땐 저널리즘 관련 교양 수업을 들으며 기사 작성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더욱 커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외대학보 기자 활동이 다른 어떤 동아리나 대외활동보다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아무리 유익한 일이라도 스스로 즐길 수 없다면 지원하지 못했을 텐데 ‘재밌을 것 같다’는 단순한 확신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외대학보 기자로 지원하게 됐다.
그 이후 외대학보에 합격해 교육을 받고 기자로 활동하며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전 조사△제안서 회의△기사 작성△피드백△조판△마감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그동안 배운 저널리즘 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었고 사회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과 글쓰기 실력도 연마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밤을 새워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잠이 많은 체질인 내가 밤샘 마감 일정을 버텨낼 수 있게 된 것 도 신기한 일이었다.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함께 학보사실에서 밤을 새며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이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들지만 하얀 종이 위 까만 글자일 뿐인 내 글을 학보에 실릴 기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든 건 외대학보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낌없는 피드백으로 모두를 이끌어 주는 국부장단△107기 선배들△108기 동기들 모두 각자만의 강점과 매력이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인생을 살다 보니 함께 있을 땐 즐거워도 헤어지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가 있었다. 그런데 외대학보에서 만난 사람들은 헤어지고 나서도 늘 기분 좋은 여운이 남았다. 대학에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지금도 누군가 ‘너는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살고 싶냐’고 물어볼 때마다 장래 희망 하나를 꼽기 위해 고민하던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한 가지 일과 한 가지 전공만 하고 살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제 와 돌아보면 사회는 늘 정해진 길과 정해진 나이를 따라 살라 했다. 그리고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인생이 망할 것처럼 겁을 줬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의 선택이 아닌 내 선택의 끝에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았다. 단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내 선택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 다시 오게 된 대학에서 20대 초반에는 몰랐던 값진 기회들을 얻게 됐고 ‘재밌을 것 같다’는 단순한 확신으로 지원했던 외대학보에서 기대 이상의 유익한 실무 경험과 소중한 사람들까지 얻게 됐다. 앞으로도 이렇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다면 후회 없이 모두 해보며 살기로 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앞으로도 난 늘 내 이름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찾아 떠나는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