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녹음본 삽니다’와 같은 글은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하루에도 여러번 올라온다. 강의 녹음본 거래는 에타를 통해 활발히 이
뤄지고 있으나 학생들은 이러한 행위가 위법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강의 녹음본 거래 현황 및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강의 녹음본 거래 현황 및 문제점
수업 시간에 인공지능이 강의 녹음본을 정리해 주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하 앱)을 이용해 강의를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앱은 음성을 인식한 뒤 글로 변환해 핵심내용을 요약하는데 학생들은 이를 통해 수업 복습 등을 이유로 강의를 녹음한다.
그러나 단순히 강의를 녹음하는 것을 넘어서 강의 녹음본을 사고 파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에타에 녹음본을 산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녹음본을 구매한 학생 A 씨는 “결석을 해 강의를 듣지 못했지만 학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밝혔다. 한편 녹음본을 판매한 학생 B 씨의 경우 “커뮤니티에서 만연하게 이뤄져 녹음본 거래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높은 학점을 쟁취하기 위해 녹음본에 대해서 매매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강의 녹음본 거래 행위는 위법의 여지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강의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학 강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강의는 ‘저작권법 제4조’에서의 어문저작물로 규정돼 있어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 강의의 저작권은 강의자의 저작물로 분류 및 보호되기에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강의 내용을 녹취 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것에 해당한다. 다만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영리가 아닌 개인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엔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목적으로 녹음한다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의 녹음본을 판매할 경우 그 금액과 관계없이 ‘비영리적’ 목적이 아니므로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소액의 상품권으로 거래되더라도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에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만약 위법행위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위 문제와 관련해 교수 수업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법룰신문 서초포럼에 보도된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녹음된 자신의 말이 나중에 재생되어 자신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겁이 났다”며 “말의 자유를 잃은 채 학원강사처럼 한 시간 내내 강의 내용만 전달하는게 일상이 됐다”라고 밝혔다.
저작권법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 완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학 내 저작권 교육 강화를 위한 ‘저작권 교양과목 개설’ 지원 대학을 선정해 현재 △동국대학교△덕성여자대학교△상명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호서대학교 등 총 20개 대학교들이 진행하고 있다.
안경호 글로벌캠퍼스 학생지원팀 직원에 따르면 “녹음본 거래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관해 학교의 구체적인 판단 사례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contents)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법의 필요성과 심각성에 대해 학내 구성원 모두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행동 역시 불법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더불어 학교 차원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엄격한 규제를 통해 불법 거래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