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의 증명’를 읽고] 영원하고 기괴한 사랑

등록일 2024년05월29일 23시5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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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도입부에선 “천년 후에도 사람이 존재할까?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때가 천년 후라면 좋겠다” 란 영원함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주인공 ‘담’과 ‘구’는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결핍있는 가정에서 자라 많은 시간을 서로에 의지한다. 둘은 마치 영혼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서로를 매 순간 그리워한다. 두 사람이 잠시 헤어졌다가 재회했을 때 구는 벗어날 수 없는 빚을 진 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둘의 도피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당한 구가 고문당하다 죽게된 것이다. 구와 담이 서로만을 보며 살아갈 때 담은 혼자 이런 말을 한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머지않아 이 말은 사실이 된다. 구의 시체를 발견한 담은 구의 시체를 먹는다.

 

애절한 구와 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구와 담의 인생이 기구하단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다닌다는 이유로 학교에선 놀림거리가 되기 쉬우며 정작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지 않다. 가난 역시 마찬가지다. 구와 담 모두 가난한 환경 속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쓴다. 그러나 어떻게든 험난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가 그들에게 너그럽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살게 된 것이다. 

 

영원한 것이 존재할까?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이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책 속의 담은 구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그를 먹어버림으로써 구와의 영원한 사랑을 증명한다. 구의 시체를 보며 담은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다. 구와 담의 관계가 그저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막막하고 어려운 세상에 둘만이 서로의 편이자 가족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아끼는 수준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세계였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길 기원한다. 무엇이든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영원하길 바란다. 우리가 말하는 영원 역시 이와 같을 것이다. 담이 구를 먹은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구를 먹음으로써 담이 죽을 때까지 함께 하길 바랬을 것이다. 사랑엔 정해진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름 하에 누구나 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사랑을 하고 있다. 우리도 구와 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만의 진정한 사랑을 해보자.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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