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날개를 가진 아주 늙은 남자’는 콜롬비아의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다. △백년의 고독△사랑의 묘약△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등 다양한 소설을 집필한 그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마르케스의 작품들은 현실과 환상을 융합해 독특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이른바 ‘마법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은 한 마을에 폭풍우가 지나간 후 거대한 날개를 가진 늙은 남자가 발견되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의 신기한 겉모습을 보고 그를 천사로 여기며 기적을 기대했지만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그를 동물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늙은 남자는 닭장에 갇혀 지내게 됐고 그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돼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식어간다. 결국 늙은 남자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천천히 회복하며 날아가 버린다. 그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그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가며 과거의 사실을 잊어간다.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주목한다. 늙은 남자가 특별한 능력을 보이지 않자 실망하며 그들은 늙은 남자를 도구로 삼아 돈을 벌었다. 또한 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게 반응한다. 이는 인간이 타인의 고통을 쉽게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늙은 남자를 처음 발견한 부부가 그를 닭장에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장면과 이후에 나오는 “그의 날개는 그저 오래되고 더럽기만 했다”라는 대사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이용된 개인이 가치가 떨어졌을 때 사회가 어떻게 버리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종종 기적이나 특별한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한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태도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나 또한 마을사람들과 같이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관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필요에 의해 쌓은 유대관계를 나도 모르는 새 무관심하게 방치하진 않았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우정도 어느 순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돼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