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급류’를 읽고] 낙화유수(落花流水)

등록일 2024년06월12일 16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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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마주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영원함을 상정하는 사랑을 추구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다채로운 사랑의 형태를 희망하며 살아간다.

 

정대건의 ‘급류’는 몇 번이고 급류에 빠진 서로를 구하며 사랑하는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를 묘사한다. 도담과 도담의 아빠 ‘창석’이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린 해솔을 구하며 시작된다. 두 가족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도담과 해솔은 사랑에 빠진다. 불륜 관계였던 미영과 창석이 계곡에서 함께 헤엄치다 급류에 떠밀려 가 죽은 사건을 계기로 해솔이 할머니 집으로 떠난 뒤 둘은 자연스레 멀어진다. 이후 대학생이 된 둘은 우연히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도담은 자신의 불행이 그 누구의 것보다 클 것이란 자기방어적 사고를 이어가는 한편 해솔은 감정을 철저히 통제한다. 여름날의 사고가 둘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게 바꿔놓은 것이다. 결국 두 번의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고 난 뒤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과 비밀을 터놓고 다시 사랑하게 된다.

 

어렸을 적 바닷가 주변에 살았던 난 매일 바다를 보며 자랐다. 자주 가던 바닷가엔 낮은 절벽이 있었다. 절벽 아래서 항상 보던 풍경은 파도가 바위를 덮침과 동시에 물거품이 돼 흩어지는 장면이었다. 그때 찰나에 나타나는 물거품을 포말이라 한다. 포말은 파도의 외침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통해 전달하려 하지만 거대한 바위에 부딪혀 막히곤 한다. 부딪힐 때 순간적으로 생기는 포말이 파도의 최후의 외침이자 영원히 기억될 한 순간인 것이다.

 

사랑의 포말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포말은 한 편의 기억으로 영원히 남는다. 사실 지금껏 ‘낭만’이란 말을 믿지 않았다. 주위에서 낭만을 논할 때면 말도 안 되는 이상적인 사랑의 허상을 묘사하곤 한다. 그래선지 낭만은 사랑의 이면을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글자라고 생각했다. 작중에서 도담과 해솔은 파도가 일고 있음에도 서로를 향해 헤엄쳐 손을 잡으며 물결을 이겨냈다. 조류에 떠밀려 가는 과정에서 모진 역랑을 사랑의 포말로 극난한 것이다. 그들의 세상은 파란 낭만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사랑이 부재한 세상이 아닌 이상 사랑은 낭만으로 귀결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에 대한 완벽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그저 오늘도 순간의 감정들에 충실할 뿐이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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