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텔레비전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고 종이신문을 정독하여 뉴스를 접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디지털 소스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뉴스 소비 행태도 크게 달라졌고, 특히 최근에는 뉴스 이용을 외면하는 ‘뉴스 회피(news avoidance)’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의 뉴스 이용 현황을 분석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뉴스 회피는 조사 대상국 46개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며, 한국에서도 2명 중 1명(50%)이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 뉴스 편향, 정치적 무관심, 부정적 감정 유발, 정보 과잉, 그리고 뉴스 피로(news fatigue) 등 정보 범람 시대의 다양한 폐해가 제시되었다.
외대학보 주간을 맡고 있는 필자에게 뉴스 회피 현상은 외대학보의 저조한 뉴스 이용률을 떠올리게 한다. 격주로 발간되는 종이신문 형태의 외대학보는 오랫동안 가판대에 방치되기 일쑤이며, 온라인판 기사의 클릭 수나 댓글 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의 팔로워 수는 500명 정도로, 2만 명이 넘는 외대 구성원 수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실제로 여러 학생에게 외대학보를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 상당수의 학생이 존재는 알지만 최근 기사를 읽은 경험이 없거나, 심지어 신입생 중에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왜 학보 기사는 잘 읽히지 않을까? 우선,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가 큰 원인일 것이다. 주로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한국의 특성상, 포털 뉴스에 노출되지 않는 학보 기사는 대학사회의 무관심 속에 외면되기 쉽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뉴스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고 싶은 뉴스’를 찾는 독자에게 ‘봐야 하는 뉴스’를 제공하는 학보는 굳이 찾아서 읽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바쁜 학업 일정과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학보 기사를 읽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외대학보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기성 언론사가 담아낼 수 없는 대학사회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여론을 선도하며 학내 진실을 보도하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숙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며, 학생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언론인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대학보는 대학 구성원들의 관심을 다시 끌고 노출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가치 있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며, 같은 뉴스라도 독자들에게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환경에서 모바일을 통한 뉴스 노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종이신문을 제외한 외대학보의 온라인 배포는 이북(ebook), 인스타그램, 외대학보 웹사이트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방식은 모바일 시대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 한국외대 모바일 앱에 학보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아이콘을 추가하거나, 기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자체 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대학 내 다양한 의견을 조명하며, 학생들이 더 나은 학문적사회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외대학보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성욱(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