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한 가지 주제를 전달할 때도 있지만 그 주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생텍쥐페리(Saint-Exupry)의 ‘야간비행’이 바로 그러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사랑의무용기죽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무엇 하나 확정지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간비행’이지만 칠흑 같은 밤하늘에 비친 별들 속에서 야간비행을 하며 끝없는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리비에르(Rivire)는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항공 우편국의 국장이며 오가는 모든 우편 비행기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엄격한 사람이며 우편 항공기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운행을 위해 자신의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한다. 그는 “내가 엄격하게 굴면 사고는 줄어든다”며 “책임이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모두에게 엄격히 적용될 때 비로소 야간비행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태풍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무선 통신이 끊기고 기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종사인 파비앵(Fabien)은 용기를 잃지 않고 위기를 헤쳐 가려 노력한다. 그러나 육지의 빛을 찾아 헤맸던 그는 결국 빛나는 별들 사이로 끝없이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 수많은 별들 속에서 그는 “너무나 아름답군”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기에 별들 사이에서 죽는 것을 원했고 그는 그렇게 삶을 끝낸다.
그럼에도 리비에르는 다음 날 밤 우편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매일밤 태풍이 오는 것은 아니다”며 “일단 길을 개척해놓으면 그 길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리비에르의 의무는 조종사들의 생명을 지키기보단 정확한 시간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야간비행을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돈명예사랑임무꿈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며 외로운 야간비행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리비에르처럼 매일 철저히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눈을 돌려 주위를 살피면 어둠 속 빛나는 별들이 보일 것이다. 파비앵은 이런 별들을 사랑했고 야간비행 자체를 사랑했다. 독자들이 소설 속 두 주인공처럼 인생의 야간비행을 하더라도 주변에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별들이 존재함을 깨닫고 조금은 위로받길 바란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