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vs 범죄의 온상... 양날의 검 텔레그램

등록일 2024년09월11일 18시4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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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telegram)은 침해가 만연한 디지털 사회 속 정보를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되고 높은 기업가치를 형성했다. 하지만 동시에 범죄자들에게 악용되며 각종 범죄 사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텔레그램의 정의와 현황△표현의 자유 vs 범죄의 온상.. 엇갈린 반응△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텔레그램의 정의와 현황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파벨 두로프(Pavel Durov) (이하 두로프) 텔레그램의 최고 경영자(CEO)가 체포됐다. 텔레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Open Source)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러시아 출신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Nikolai Durov)와 함께 지난 2013년 처음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강력한 보안성으로 유명해진 텔레그램은 서비스를 제공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고 약 5년이 지난 2018년 3월 말엔 사용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 8월 기준 텔레그램의 월별 이용자 수는 약 9억 5,000만 명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10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과 구별되는 텔레그램만의 특징은 철저한 보안성이다. 텔레그램은 ‘일반 대화’와 ‘비밀 대화’ 두 가지 방식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일반 대화의 경우 다른 메신저 앱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비밀 대화를 이용할 경우 철저한 보안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종단 간 암호화란 발신부터 수신까지의 여러 단계에서 암호화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대화를 주고받는 단말기끼리만 암호 해독이 가능하기에 서버(server)는 암호화한 대화 데이터(data)를 전송할 뿐 내용을 해독할 수는 없다. 즉 발신자와 수신자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중간에서 가로채 대화의 내용을 해독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실제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서버를 통해 메시지를 절대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자동으로 대화를 삭제하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 보안성이 더욱 뛰어나다. 이처럼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성으로 유명해지며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 vs 범죄의 온상.. 엇갈린 반응

이런 텔레그램이 가진 보안성의 순기능은 결코 적지 않다. 정부의 메신저 검열이 만연한 △러시아△벨라루스△이란△홍콩 등에서 반정부 민주화 세력의 소통 도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악의를 품은 범죄자들의 안전한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n번방 사건’으로 불린 디지털 성착취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은 모두 텔레그램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즉 텔레그램은 그 활용에 따라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 될 수도 있고 심각한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이와 같이 텔레그램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두로프 체포를 둘러싼 시선도 첨예하게 갈린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플랫폼의 대표를 체포하는 이슈에서 나아가 국제적 논쟁으로 확장돼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형 소셜미디어의 CEO가 법적으로 체포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두로프 체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법치주의 국가에선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시민 보호 및 기본권 존중을 위해 법이 정한 틀 내에서만 자유가 허용된다”고 반박했다. 텔레그램이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던 탓에 사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단 취지다. 페이스북(Facebook)의 대(對)테러 책임자로 일했던 브라이언 피시먼(Brian Fishman) 또한 프랑스 정부를 옹호하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인터뷰에서 “텔레그램은 지난 10년 동안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핵심이었고 아동 성 학대 게시물을 용인해 왔으며 각국 사법부의 합리적인 법 집행을 무시해 왔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두로프 체포에 대해 “콘텐츠 검열의 차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콘텐츠 관리에 소홀했다는 게 아닌 ‘자유 및 사생활 존중’이라는 명목 아래 최소한의 관리조차 하지 않는 운영 정책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단 의미다. 즉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범죄 행위는 이를 운영하는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편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이번 체포를 부정하는 반론도 존재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X 소유주는 “미국 등 자유 진영의 헌법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두로프 체포에 대해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나중엔 밈(meme)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대선에 출마했다가 트럼프(Donald John Trump)와 단일화한 미국 정치인 로버트 프란시스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또한 “두로프의 체포는 프랑스 정부의 과도한 통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또한 동영상 스트리밍(streaming) 플랫폼 럼블(Rumble)의 크리스 파블로브스키(Chris Pavlovski) CEO도 “검열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선 각국 정부가 특정 플랫폼을 억압하려 할 때 프랑스의 선례를 명분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지난 4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monitor)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텔레그램 관련 사용 행동 및 패턴 조사(U&A)조사’를 실시한 결과 텔레그램의 보안 기능이 타 메신저 대비 큰 강점으로 여겨지면서도 범죄 악용에 대한 불안감 역시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조사 중 긍정적 측면에서 62.1%는 “텔레그램 보안 기능은 타 메신저 대비 큰 강점이다”고 응답했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서 71.9%는 “보안이 뛰어나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본 조사를 통해 전반적으로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범죄에 취약하단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 역시 BBC뉴스에서 텔레그램의 극단주의 및 불법 콘텐츠에 대한 관리가 다른 SNS나 메신저 앱보다 상당히 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 각종 범죄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직업군은 텔레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언론인△정치인△제약사 영업사원△증권가 애널리스트 등은 보안상 이유로 이를 즐겨찾는다. 카카오톡처럼 대중성을 갖진 않지만 일부 집단에선 비밀주의가 상당히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증권사는 텔레그램 채널을 공식적인 소통 장치로 활용한다. △메리츠종금증권△유안타증권△하나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들은 자체 채널을 통해 △리서치(research) 보고서△시황정보△요약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애널리스트와 고객의 면대면 접촉에서 벗어나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할 수 있단 점은 이득이 된다. 

 

이상과 같이 ‘범죄의 온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텔레그램이 가진 양면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로프에 대한 프랑스 사법 당국의 수사가 향후 어떻게 귀결될지도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텔레그램의 사용을 제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텔레그램으로 인한 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를 활용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처벌할 법안과 대응책 또한 아직 확실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보안에 따른 자유와 규제에 따른 안전이란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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