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빈(영어영어통번역 08) 작사가는 지난 2016년 ‘벌써 겨울’에 단독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발한 작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엑소(EXO)의 ‘전야(前夜) (The Eve)’△첸백시(EXO-CBX)의 ‘花요일(Blooming Day)’△태연의 ‘위켄드(Weekend)’△조유리의 ‘글래시(GLASSY)’ 등 다양한 인기곡들의 작사를 맡으며 ‘인기곡 제조기’로 불리는 황유빈 작사가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영어통번역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 ‘해리포터’란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하다가 외교관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우리학교 자유전공학부에 들어오게 됐고 나중엔 영어통번역학과에 가서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모르고 우리학교에 왔는데 막상 오고 보니 저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Q2.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학교 근처에 살며 밤에 나와서 동기들과 배드민턴 치고 같이 동네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또 1학년 때 축제를 즐겼던 게 좋았는데 나중에 축제가 폐지돼서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나요.
Q3. 재학시절의 경험이 작사가가 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영어통번역학과에서의 경험은 제가 작사가가 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단어 하나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굉장히 갑론을박을 많이 했거든요. 일례로 ‘효용’과 ‘효과’란 두 개의 단어를 두고 무엇이 적절한지 많이 토론하곤 했어요. 그런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까 단어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정말 민감해졌어요. 또 한국어나 영어 단어를 굉장히 많이 접하면서 가사를 쓸 때도 세밀하게 단어를 생각해내는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미디어 번역을 했는데 글자 수 제한이 엄격해서 정해진 글자 수 안에 내가 원하는 맥락으로 넣는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멜로디 위에 가사를 쓰는 것과 굉장히 유사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한편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자 동아리도 하고 음악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음악과 관련된 동아리를 하게 됐는데 해당 동아리에서 활동 중 작사에도 흥미가 생겨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4. 작사가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흥미가 생긴 이후 본격적으로 작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학원을 다녔어요. 6개월 정도의 과정이 끝나고 당시 제가 다니던 학원 원장이었던 김형석 작곡가에게 가사를 쓰고 싶어서 곡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이후 가사를 열심히 썼는데 곡을 의뢰한 사람이 가사를 구매해줬어요. 발매되진 않았지만 당시 학생에겐 꽤나 큰 돈을 받게 됐죠 그래서 ‘돈을 받고 일을 할 정도로 자질이 있는 건가’란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후 혼자 개사를 공부한 다음 직접 개사한 결과물들을 들고 기획사들을 찾아갔어요. 겨울이었는데 기획사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나오는 사람들한테 전달하곤 했어요. 그러던 중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 작업물을 한 분께 전달해 드렸는데 그 분이 알고 보니까 기획사의 대표인 김도훈 작곡가(이하 김 작곡가)였던 거예요. 얼마 뒤에 김 작곡가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는데 거기가 마마무 소속사였습니다. 평소에 어떤 노래가 좋아서 개사 연습을 하면 그 노래의 작곡가가 김 작곡가였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한 번 저 사람 노래에 기사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염원이 닿아 마침내 그 사람의 기획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데뷔도 그 사람 노래로 했어요. 데뷔곡 같은 경우도 김 작곡가 방에서 정말 좋은 노래가 나오길래 용기 내서 달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사흘 내내 밤새워 고민해서 썼는데 김 작곡가가 제 가사가 제일 좋다고 해서 발매하게 됐어요.
Q5. 가사를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영감을 받는다는 수동적인 마음가짐으론 작사를 직업으로 삼을 순 없는 것 같아요. 영감을 받는다기보단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영감을 쥐어짜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곡을 계속 들으면서 가장 좋은 단어나 표현을 곡 안에서 생각해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또 노래와 어울리는 제 경험이나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떠올리다 보면 가사에 쓸 단어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경험들이 다 제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세계를 스스로 넓혀가면서 시간을 할애하고 돈을 쓰고 좋아하는 걸 찾아 헤매는 게 결국 다시 직업으로 돌아온단 경험이 굉장히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이별처럼 슬픈 이야기도 가사가 되고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들도 모두 가사가 됩니다.
Q5-1. 가사를 쓸 때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시나요?
노래를 받은 가수가 성공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회사에 있으면서 가수나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회의도 하고 고민하며 성공시키려고 하는 걸 봤거든요.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다 보니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여러 표현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Q6. 작사를 맡은 가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는 무엇인가요?
전부 다 소중한 가사들이라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한 구절을 꼽자고 하면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너의 자리(Puzzle Piece)’란 노래에 나오는 ‘모든 걸 다 갖는 것보다 무엇 하날 절대로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거란 걸 너로 인해 알게 되었어’예요. 다 가지려고 괜한 욕심을 내는 것보다 진짜 소중한 것 하나를 지키는 게 가장 행복하단 생각이 너무 큰 울림이 됐어요. 쓰면서 제게 많은 위로가 된 노래였던 것 같아요.
Q7.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각각 언제인가요?
회사가 아닌 외부에서 받는 의뢰곡들이 잘 되기 시작할 때 짜릿함을 느꼈어요. 또 안무가 붙은 노래를 콘서트에서 처음 보는 경험들이 너무 좋았어요. 반면에 뭔가 슬픈 일이 있어 감정이 무너지면 가사가 잘 안 써져요. 마음도 아픈데 일도 잘 안 풀리니 너무 속상하죠. 그 때가 제일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Q8. 작사가로서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느끼기엔 이 일은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같아요. 아이돌 산업을 좋아해도 되고 음악 자체가 주는 어떤 감정을 좋아해도 돼요. 매우 치열한 이 업계에서 성공이란 정말 낮은 확률에 많은 걸 건다는 것이 미쳐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물론 이런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그게 능력치가 되고 본인의 기술이 되겠지만 초반에 작사가가 되려면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가사에 몰입해서 쓸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는 것 같아요.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Q9.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사가들은 작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들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처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컨텐츠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열심히 육성도 하고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도 준비하고 있어요. 작사가들이 작사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산업에서 더 큰 일들을 같이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저만의 아이돌 팀을 만들고 싶어요. 의뢰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획하고 우리의 색깔을 다 녹일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어요.
Q10. 작사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말 재밌고 짜릿한 일이긴 해요. 내가 쓴 가사가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거나 사람들이 부르면 정말 짜릿한 기분이에요. 미쳐서 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그 끝에 느껴지는 짜릿한 성취감 때문인 것 같아요. 즐거운 직업이긴 하나 자신의 감정도 넣어야 하고 에너지도 많이 써야 하는 일인 만큼 진짜 좋아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추천해요.
백승준 기자 08seungjun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