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예술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복제 기술이 발전하며 예술 작품은 원작만의 특별한 감동을 잃어버리는 걸까?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는 현대의 흐름을 선구적으로 통찰한 철학적 저서이다. 벤야민은 사진과 영화와 같은 복제 기술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며 예술 작품의 원작이 지닌 고유성과 독창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아우라의 쇠퇴(Aura)’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 벤야민은 기계적 복제와 대중매체가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탐구한다.
전통적 예술 작품이 지닌 ‘아우라’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느낌이다. 이 아우라 덕분에 예술 작품은 고유의 권위를 가지며 감상자는 작품 앞에서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 작품은 언제 어디서나 복제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이 더 이상 소수의 특권층이나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개방됨으로써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기술적 복제로 인해 예술의 아우라가 손상되고 작품이 지닌 고유한 가치가 희석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원작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복제를 통해 예술을 접할 때 감상자는 작품의 맥락이나 전통적 의미에서 벗어나는 파편화된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마주하는 것과 다중화된 스크린 속 이미지를 접하는 경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책은 기술이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복제 기술이 예술의 민주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그로 인해 ‘아우라의 쇠퇴’란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단순한 과거의 논의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으로 작용한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예술의 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